매거진 바람 붓

동지 팥죽

by 한명화

동지

일 년 중 밤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그래서 옛 어머니들은

긴 밤이 너무 길어 팥죽을 끓이셨을까

동지 팥죽의 유래는 뭐 그렇다 치고

어린 시절 동짓날이 되면 어머니는 팥을 삶고

찹쌀가루로 새알을 만드셨다

우리 형제자매들은 그 곁에 삥 둘러앉아 새알을 만들어 보겠다고 어머니만 귀찮게 해 드렸겠지만 그 모습을 바라보시던 흐뭇한 표정의 어머니 모습이 다가온다

모든 준비가 다 되면 커다란 가마솥에 푹 삶아 채에 걸러 껍질은 버리고 내린 그 붉은팥 물을 펄펄 끓이다가 새알을 쏟아 넣고는 커다란 주걱으로 휘휘 저으시며 먹음직한 팥죽을 끓이시면 부엌에 들랑달랑 어서어서 끓어라며 침을 꼴깍이며 팥죽 먹을 생각에 신이 났었다

식구들 삥 둘러앉아 맛있는 팥죽을 먹으며 나이 한 살 더 먹고 내년에도 건강하라 아버지는 덕담을 해 주셨었다

오늘은 동지

어머니 팥죽을 먹던 옛일은 저만치 멀리 서서 빙그레 미소 지으며 속삭인다

이제는 그 어머니가 되어있는 것 아니냐고

정신이 퍼뜩

그래 나도 동지 팥죽을 끓이자

어머니 식은 너무 어렵고 짝꿍의 고향 강원도 식으로 끓이자

팥을 담가두었다 푹 삶고 찹쌀도 담갔다가 넣고 새알은?

짝꿍이 준 아이디어

떡국떡 넣으면 되는 것 아닌가ㅡㅎ

그래서 떡국 떡을 넣기로 했다

자 이제 끓여보자

냄비 앞에서 열심히 주걱으로 저으며 소금도 살짝 넣고 끓여 식탁에 쨘ㅡ

와ㅡ맛있네

짝꿍 한 그릇 뚝딱

나도 기분 좋아 한 그릇 뚝딱

어머니의 팥죽 아닌

짝꿍 고향식 동지팥죽으로

2022년의 동지가 기울어 간다

2022년도 함께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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