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정월 대보름 날이다

by 한명화

정월 대보름이다

오곡밥에 나물반찬과 부럼을 먹어야 하는 날이다

살아내기 바쁜 시절에는 오곡밥이고 나물이고 생각만 하고 해 먹지 못했었다

늘 바쁘다

늘 시간이 없다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

정작 가족들에게는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낼 시간이 없다며 아니 너무 피곤하다며 대충 먹고살아 지나고 보니 오히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날들이었다

입학식 때

소풍날에 엄마손을 잡고 가야 하는데도 한 번도 손잡고 함께 가본 적이 없으니 아들과 딸에게 늘 미안하고 죄인 같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날들이 많이도 지나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언제인가 정월 대보름 전날 짝꿍의 한마디

ㅡ내일이 보름인데 오곡밥 해 먹을까?ㅡ

정신이 번쩍 마트로 달려갔다

마트에는 팥이랑, 콩이랑, 조, 수수등을 넣어 오곡밥 재료가 진열되어 있었고 또 여러 종류 나물들도 있기에 카트에 담았다

또 땅콩이랑 호두도 샀던 것 같다

이왕 시작했으니 보름을 제대로 보내보자며

마트에서 돌아와 준비를 했었는데 짝꿍이 정월대보름 제대로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로 정월 열 나흗날 밤이면 정월 대보름 맞이 오곡밥을 한다

마른 나물을 푹 삶아 부드럽게 무치고 오곡밥도 맛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오곡밥을 시루에 찌셨는데 나는 압력밥솥에 쉽게 한다

어머니는 나물도 여러 가지 하시고 탕도 하시고 그 귀한 김도 들기름에 발라 숯불에 구워 자르신 후 일곱이나 되는 지식들에게 몇 장씩 나누어 주셨었는데ㅡ

그 김은 그렇게도 맛있었는데ㅡ

오늘은 정월 대보름 날

아침상을 차린다

오곡밥에 나물무침에 들기름 발라 구운 슈퍼표 김도 올렸다

어머니처럼 엊저녁 뭇국도 끓여 놓았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불을 사용하지 앉는다는

옛 어른들의 풍습이 나도 몰래 저 안에 숨어 있었나 보다

부럼도?ㅡ

아침을 먹고 앉아 글을 쓰며 드는 생각

이제 나도 때를 챙기게 되었구나

이제 나도 내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되었구나

이제 나도 내가 말하던 어른이 되었구나


웰까?

생각에 잠기는데 입가에 오르는 씁쓸한 미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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