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바람 붓
정월 대보름 날이다
by
한명화
Feb 5. 2023
정월 대보름이다
오곡밥에 나물반찬과 부럼을 먹어야 하는 날이다
살아내기 바쁜 시절에는 오곡밥이고 나물이고 생각만 하고 해 먹지 못했었다
늘 바쁘다
늘 시간이 없다
입에 달고 살았으니까
정작 가족들에게는 제대로 된 밥상을 차려낼 시간이 없다며 아니 너무 피곤하다며 대충 먹고살아 지나고 보니 오히려 가족들에게 너무 미안한 날들이었다
입학식 때
소풍날에 엄마손을 잡고 가야 하는데도 한 번도 손잡고 함께 가본 적이 없으니 아들과 딸에게 늘 미안하고 죄인 같은 마음은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었다
날들이 많이도 지나고 시간의 여유가 생겼을 때 언제인가 정월 대보름 전날 짝꿍의 한마디
ㅡ내일이 보름인데 오곡밥 해 먹을까?ㅡ
정신이 번쩍 마트로 달려갔다
마트에는 팥이랑, 콩이랑, 조, 수수등을 넣어 오곡밥 재료가 진열되어 있었고 또 여러 종류 나물들도 있기에 카트에 담았다
또 땅콩이랑 호두도 샀던 것 같다
이왕 시작했으니 보름을 제대로 보내보자며
마트에서 돌아와 준비를 했었는데 짝꿍이 정월대보름 제대로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날 이후로 정월 열 나흗날 밤이면 정월 대보름 맞이 오곡밥을 한다
마른 나물을 푹 삶아 부드럽게 무치고 오곡밥도 맛있게 되었다
어머니는 오곡밥을 시루에 찌셨는데 나는 압력밥솥에 쉽게 한다
어머니는 나물도 여러 가지 하시고 탕도 하시고 그 귀한 김도 들기름에 발라 숯불에 구워 자르신 후 일곱이나 되는 지식들에게 몇 장씩 나누어 주셨었는데ㅡ
그 김은 그렇게도 맛있었는데ㅡ
오늘은 정월 대보름 날
아침상을 차린다
오곡밥에 나물무침에 들기름 발라 구운 슈퍼표 김도 올렸다
어머니처럼 엊저녁 뭇국도 끓여 놓았었다
정월 대보름에는 불을 사용하지 앉는다는
옛 어른들의 풍습이 나도 몰래 저 안에 숨어 있었나 보다
부럼도?ㅡ
아침을 먹고 앉아 글을 쓰며 드는 생각
이제 나도 때를 챙기게 되었구나
이제 나도 내 어머니처럼 어머니가 되었구나
이제 나도 내가 말하던 어른이 되었구나
웰까?
생각에 잠기는데 입가에 오르는 씁쓸한 미소는.
keyword
오곡밥
대보름
어머니
58
댓글
18
댓글
18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한명화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출간작가
찔레꽃 안부
저자
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팔로워
829
제안하기
팔로우
매거진의 이전글
고백
진한 커피향에 마음 달래며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