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진한 커피향에 마음 달래며

by 한명화

어린 시절에는 예쁜 것들이 좋았다

종이에 예쁘게 인형을 그려 오리고 원피스며 드레스를 그려 색연필로 예쁘게 색칠한 후 반으로 접어 종이인형에 걸쳐 세워두고 예쁘다 했었다

친구들도 예쁘게 생긴 아이가 좋았고 예쁜 옷을 입은 아이가 부러웠었다

예쁘다는 사고는 자라면서 많이 바뀌었다

학창 시절에는 주변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좋았고 사회생활 할 때는 친절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았다

세월이 흘러 머리에 서리 내리니

이제는 젊은이들이 그저 예쁘고 멋지다

젊음이란 건?

그저 몇 살 아래도 사랑스럽고 예쁘다

진실의 눈이라는 다섯 살의 여자 아이가 내가 자신의 할머니에게 참 이쁘다고 한 말을 듣고는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며 할머니는 안 이쁘다고 엄마가 이쁘다고 해서 한바탕 웃었던 일이 떠오른다

그렇다

이제는 외향이 예뻐서 예쁜 게 아니다

삶의 모습을 보며 예쁘다 하고

배려하는 마음씀을 보며 예쁘다 하고

봉사하는 모습을 보며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제 바라보는 세상을 더 예쁘게 바라보고 싶어진다

며칠 전 현충사에 갔을 때 잘 가꾸어진 소나무와 소나무 길이 정말 아름다웠다

우아하고 넉넉한 품으로 안아줄 것 같은 소나무 앞에서 넋을 잃고 서 있었다

너무 아름다워서

나무나 사람이나 이 처럼 고결한 우아함을 지니는 것은 축복인 것 같다

물론 인위적인 가꿈도 있지만 원형이 잘 생겨야 가꾸어도 태가 나는 것이니까

소나무가 너무 잘 생겨서? 반해버렸었다

정신을 차리고 걷는 길 양옆에 줄지은 소나무숲 터널은 그야말로 탄성을 불러왔다

예전에 나무를 보고 아름답다는 탄성이 나온 적이 있나?

삶의 길이 참 자연을 향하여 흐르고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느끼는 것은

바위가 좋고

나무가 좋고

산이 좋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을 쏟아낸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이제 본향인 자연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어서인가?

이 아침

짙은 미세먼지 주의보에 집콕하라는 문자가 벌써 4일째 여행도 산행도 막아선 히뿌연 창밖을 바라보며 초미세 먼지는 피하는 게 상책이라 위로하는 시간

짝꿍의 모닝커피 서비스로 손에 든 진한 커피 향에 마음 달래며 브런치 서랍에 담아 두었던 사진을 꺼내 다시 한번 감상에 젖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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