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대문 빗장 천천히 열려했는데

by 한명화

칠 남매의 넷째로 태어났다

위로 언니 둘에 오빠

아래로 여동생 하나에 남동생 둘

어느 곳을 둘러보아도 부모님의 사랑을 끌어낼 틈이 전혀 보이지 않는 딸

큰 딸 낳았다고 환호하시고

그 딸이 아들 터 팔았다고 좋아하시고

아들 밑에 딸 낳았다고 춤추셨다는데

그 둘째 딸은 밑에 셋째 딸을 그 딸은 또 딸을 데려왔단다

막내딸은 아들 둘을 또 밑으로 두었다

부모님 입장에서 봐도 참 얄미운 딸이다

그 셋째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스스로의 처지를 인지하고 어찌 됐든 이쁨 받으려 애를 썼나 보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순둥이에다가 그 시절

자랑이던 뒤통수가 납작해서 당신도 이쁜 딸 자랑을 하셨단다

어려서도 어찌 됐든 부모님 맘 편하고 한 번 더 웃으시게 하려 노력했던 것 같다

살며 행여 건강으로도 부모님 속 태운 적이 없었고 어디서나 칭찬받는 자랑스러운 딸이었다고 말씀하셨으니까

그러기에 학교생활에서도 언제나 리더였기에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의 폭을 자연스럽게 넓혀 왔던 것 같다

성인이 되어서도 학원과 어린이집 운영에 강의 활동도 겸하고 있었기에 더더욱 두루두루 살피는 마음의 폭을 넓혀서 그 예전의 교사들과도 또 배움터에서 만났던 제자들도 아직도 연락하고 지내는 이들이 있다

돌이켜 보면 그다지 좁은 마음으로 살지는 않은 것 같아 나름 잘 살아왔다고 토닥이는데

요즘 때아닌 마음에 돌멩이 하나가 들어와서는 마음의 문을 닫아놓고 쉬 열려하지 않는다

제멋대로 목소리를 내어 한번, 두 번, 세 번, 아주 여러 번을

그랬어? 그랬었구나ㅡ

그래 괜찮아 라며 다독여준 대가를 톡톡히 받는 것 같다

아주 물렁이로 본 모양이었다

스스로 오해를 만들어 놓고는 말을 함부로 쏟아냈기에 이번에는 버릇을 고쳐야겠다고 단단히 별렀다

살며 한 번도 시행해 본 적이 없는 한 달 가까이 마음의 빗장걸기를 하려니 답답하고 속상하고 한숨이 나오고 난리가 났다

그래도 꾹 꾹 참는다

상대는 전에 없는 나의 행동에 당황한 것 같은데 다른 때 같으면?이라는 듯 눈치를 살핀다

주변의 지인들은 말한다

너무 좋아해서 그 관심을 독차지하려고 투정하는 것이라고ㅡ

하지만 어느 정도여야지 너무 힘들게 하니까

서로 친할수록 정도의 예는 지켜야 하는 것

너무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보며

짝꿍은 말했다

당신은 정을 그냥 쏟아붓는 게 탈이라고

타인인데 그래도 한 뼘의 거리는 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ㅡ

스스로 퍼부어 놓고 스스로 마음 아파한다며

이번 기회에 잘 생각해 보라고ㅡ

그랬다

스스로가 파놓은 올무에 걸린 것

생각을 정리해 본다

그렇구나

처음부터 한 뼘의 거리를 두고 예의를 지켰으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인데

그냥 이러나저러나 웃어 주는 내 모습에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지 않게 되었나 보다

너무 다 받아주면? 머리 위로 올라가 앉으려 한다는 것을 깊이 받아 담고 지키려 하는데

왜 이리 힘이 드는 것일까

글을 쓰는 중 울리는 전화

그녀다

자기를 늘 배려해 주는 회장언니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걸 잊고는 이라며 긴 해명을 한다

매주 목요일에 만나는데 언니가 냉랭하니 밤잠도 설친다며 무례하게 굴어 잘못했다고

너무 미안하다며 죽는 날까지 함께 가잔다

언니를 위해서는 불구덩이라도 뛰어들거라나ㅡㅡㅡ

대문 빗장 아주 천천히 열려했는데

스르르 또 열어 버리고 말았다

그래ㅡ

매일 웃고 사랑하며 살아도 모자란 시간에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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