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어제 일처럼 그날의 교실이

by 한명화
중1 봄소풍

중학교 1학년

고향 떠나 멀리 아는 친구 하나 없는 낯선 곳

뭐 특별한 것 없는 별 볼 일 없게 생긴 작은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친구는 없었다

쉬는 시간마다 둘러보면 친구들과 몰려있는 아이들, 인형처럼 예쁜 아이 곁에 빙 둘러서서 얘기하는 아이들, 두세 명이 얘기하는 아이들

그 속에서 뭐 굳이 끼일 필요를 느끼지 않아 쉬는 시간이면 전 시간의 노트를 잠깐씩 훑어보고 다음시간 준비를 하며 보냈다

처음엔 조금은 서먹한 감정들이 있어 서로 같이 온 모임들의 움직임이 있었다

두 달쯤 지났을 때 중간고사 시험이 있었다

중학교에서 보는 첫 시험

국어 시험 시간

주관식이었던 맹모삼천지교를 풀이해서 써야 하는데 자꾸만 말이 꼬인다

맹자의 어머니가 맹자의 교육을 위해 세 번 이사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디였느냐까지 써야 한다는 문제였던 것

공동묘지 ㅡ시장 근처ㅡ서당

시장 근처ㅡ공동묘지ㅡ서당

공동묘지와 시장 근처가 자꾸 꼬였었다

국어선생님이 시험감독이셔서 선생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선생님께서는 누군가 자꾸 내 얼굴을 쳐다보는데 그렇다고 커닝할 틈을 찾게 하지는 않는다며 웃으셨다

난 공부하는 스타일이 수업시간에 선생님 농담도 적어 기억하는 습관이 있었다

왜냐하면 그때의 농담은 그 시간의 핵심과 연결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수업시간에는 초 집중하는 내게 누구도 말을 걸면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 선생님의 커닝할 수 없다며 웃으시는 모습에서 실타래가 풀렸다

이사의 순서 묘지ㅡ시장ㅡ서당으로

시험시간이 끝나고 선생님께 인사드렸다

고맙습니다ㅡ라고

왜? 무엇이?라는 듯 바라보시는데 부끄러워 달아나 버렸었다

일주일 후

과목마다 시험성적 발표가 있었는데 국어 과목이 첫 번째였다

수업에 들어오신 두홍룡 국어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중학교에 와서 본 첫 번째 시험 성적 그리고 첫 번째로 국어 과목을 발표합니다

1등부터 발표합니다

자!ㅡ과연 누굴까?

1등은? 한 명화 98점

의외라는 듯 아이들의 시선이 내게 쏟아지고 함성과 함께 박수가 터졌다

왜 98점을 주었느냐 하면? 시험 시간에 날 너무 쳐다봐서 주관식에서 2점을 깎았다 라시며 웃으시는 선생님께 그때 말씀드렸다

사실 맹모삼천지교의 순서 때문에 헤매다가 선생님 얼굴을 바라보며 그때 설명 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느라 그랬었노라고ㅡ

내 얼굴에 떠올린다고?

네! 선생님께서 하시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ㅡ라는 대답에

그렇구나 그래서 수업시간마다 그리도 집중했구나 라시며 친구들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말씀해 주시기도 했었다

국어 시간이 끝나고 쉬는 시간

세상이 바뀌었다

나름 공부를 잘한다는 친구들이 모두 내 곁으로 몰려든 것이었다

늘 쉬는 시간에 꼼짝도 않고 수업내용을 정리하던 내 시간이 사라져 버렸지만 그 이후로 우리 반의 판도가 바뀌고 있었다

공부하는 아이들

노는 아이들

멋쟁이 아이들 등으로 소위 끼리끼리 모임이 형성되어 갔다

이제 서로를 파악하게 된 우리는 선생님들께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수업이 좀 지루해진다 싶으면 모두 외친다

선생님!ㅡ노래 노래 노래

두홍룡 국어 선생님은 날씬한 몸매에 까만 양복을 입으시고 짙은 눈썹에 작은 눈, 오뚝한 코, 작은 입, 갸름한 얼굴의 미남이셨다

우리가 노래를 외치면 마지못하신 척 부르시는 가곡들은 모두 소프라노였다

남자 선생님이 부르시는 소프라노는 매우 이색적이어서 우리는 틈만 나면 노래를 외쳤었다

두홍룡선생님!

벌써 50여 년도 훌쩍 더 지난 세월이 흘렀는데 글을 쓰다 보니 어제 일처럼 그날의 교실이 눈앞에 펼쳐지네요

선생님이 사시던 작은 집에 찾아갔던 날 우리에게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셨던 사모님도

소프라노를 부르시던 선생님도

그립고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아주 많ㅡㅡㅡㅡ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행복이 뭐 별거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