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어떤 대화

by 한명화

6월의 호수공원

그늘 좋은 벤치에 앉았다

서늘바람은 흘린 땀 닦아주고

여유로운 마음에 평안 안기는데

먼 길 달려온 노래 한 소절

ㅡ꿈길 밖에 길이 없어 꿈길로 가니

그 님은 나를 찾아 길 떠나셨네

이 뒤엘랑 밤마다 어긋나는 꿈

같이 떠나 도중에서 만나를 지고ㅡ

황진이의 시에 곡을 붙인 꿈길이다

꼬맹이 국민학교 3학년 때

수업 끝나고 친구들 모두 집에 간 오후

늘 교실에 남아 선생님을 도왔던 꼬맹이

어느 날

선생님께서 깊은 눈동자 서글픈 음색으로 부르시는 노래가 좋아 가르쳐 달라 조르자 강영자 선생님이 가르쳐 주신 노래이다

그 한 번의 가르침이 55년도 훌쩍 지난 세월을 건너 공원의 나무 그늘에서 자연스레 흘러 나온다

여보!

이 시는 황진이 시인데 황진이가 그토록 목메어 기다린 님은 누구였더라?

짝꿍의 대답

ㅡ서화담

ㅡ맞다 서경덕 서화담

서화담은 얼마나 멋진 사람이길래

그 유명한 황진이의 마음을 흔들었을까?

시도 잘 지었겠고

서화도 능했을 것이고

그리고 아마도 생김새도 멋졌겠지

ㅡ그보다 황진이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그분의 인품이 아주 깊으셨을 것 같네

ㅡ황진이 또한 외모에 반하지는 않았을 터

자연에 거하며 대학자로서 뭇 남성들이 넘보는 황진이를 거들떠보지도 않으신 게 아닐까?

6월의 호수공원 긴 의자

흰머리 소년 소녀 마주 보며

옛 여인의 님 이야기에 푸르름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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