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스쳐가는 그리움이

by 한명화

여행을 다니다 어쩌다 반갑게 다가오는 풍경이 있다

옛 동네의 모습이 아직 고스란히 담겨있는 마을을 지나게 되면 왜 그럴까?

무의식의 저 깊숙한 곳에 꿈틀 거림은 그곳을 그냥 지나치지 말라며 마음을 붙잡는데

아마도 꼬맹이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고향이 담겨 있기 때문인가 싶다

어린 시절 오리를 걸어 학교가 있는 읍내는 너무도 넓고 크고 화려했었다

오일마다 장이 열리면 장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약장사 굿을 하면 책보 옆에 끼고 쪼그리고 앉아 짙은 화장에 숨겨진 이쁜 배우들의 모습에 넋이 나가기도 했었다

장터에는 팥죽도 팔고 장국밥도 팔고 예쁜 옷도 팔고 뻥튀기도 튀기고ㅡㅡ

행여 어머니라도 만나면 풀빵이라도 손에 들린까 기대하며 애써 찾지만 어디 그 소망이 쉬 이루어 질까

쫄쫄 배가 고파 얼굴이 까매져 집에 돌아와 정지문을 열고 들어가 솥뚜껑을 열어 보지만 ㅡㅡㅡ

애꿎은 물만 한 사발 마시고는 일 나가신 어머니를 기다리며 숙제도 하고 친구들과 정자나무 밑에 모여 땅따먹기도 했었다

여행길

차창에 스치는 어린 시절 담긴 마을을 보면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댄다

마치 내 어린 시절을 꺼내 놓기라도 할 것처럼

하지만 스쳐 지나가는 옛이야기들

이제는 아득한 가난하고 힘들었던 시절인데 어이 가슴 시리게 그리워지는 걸까

창밖으로 멀어져 가는 여운에 창문 열고

긴목사슴 되어 다시 한번 더 바라보다 차 창문을 닫는다

이제는

쓸쓸히 멀어져 가는 그리움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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