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기다릴께

사람 사는 정 인 것을

by 한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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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가 왔다

청테이프를 단디 붙인 커다란 박스

보낸 이는 강원도 동해 사촌 시누이

박스를 열어보니 옥수수가 가득하다

먼저 사진을 찍어 감사의 글을 보내고

갯수가 많으니 옥수수를 까서 살짝 삶아

냉동실에 보관해 두고 옥수수 좋아하는 짝꿍과 맛있게 먹어야지

그러고 보니 작년에 보내준 옥수수는 삶아서

지인들에게 몇 개씩 나누고 나니 금세 바닥

며칠 후 옥수수 찾는 짝꿍과 한바탕 웃었다

ㅡ아니 누이가 나 두고 먹이랬는데 ㅡ라며

옥수수를 까며 보니 강원도 찰옥수수가 아직 연한 것들로 따 보내 주었다

이렇게 연한 옥수수는 구하기도 어려운데

살짝 삶아 냉동실에 넣어두면 얼마간은 둘이서 잘 먹을 것 같아서 마음 다잡고 저장해 두어야겠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ㅡ

또 마음 풀어지면 금세 사라질 테니ㅡㅎ

옥수수를 삶아보니 정말 달짝지근하고 부드러워서 옥수수 두 개씩을 뚝딱 해치우고는 깜짝 웃는다

옥수수 두 개를 한자리에서 먹어본 건 처음이라며ㅡㅎ

옥수수도 삶았으니 이젠 답례를 할 차례

무얼 보내드릴까 하다가 초복 때 사 먹은 삼계탕이 생각이 나서 손가락 놀이로 다다다다ㅡ 삼계탕을 식구 수만큼 주문 배송을 시켰다

애써 농사지은 옥수수를 밭에서 따서 포장해 보내 주시는 그 따뜻한 깊은 정에 감사하다

이튿날

시누이도 내가 보낸 삼계탕을 잘 받았다며 다음부터는 돈 주고 사서 보내지 말라고

하지만 맛있게 잘 먹겠다고ㅡㅎ

주고받으며 감사해하는 것

이게 사람 사는 정인 것을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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