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파란 여행

오색약수터에 서서

by 한명화

한계령을 타고 오색약수의 가을을 만나러 가보았다

코로나 시절 꽁꽁 막혔던 숨통이 트여 몰려나온 것일까

어디를 가나 관광지에는 인파가 북적인다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주차를 위해 위쪽까지 올라가야 했다

약수터를 향해 가다 보니 너도나도 약수터를 향하는 걸음이 북적인다

약수터 이름표 앞쪽 계단을 내려가니 너른 바위계곡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약수는 아주 조금씩 흐르고 있었고 바가지로 긁다시피 떠서 마실 수 있었는데 중년의 여자분이 페트병에 약수를 담고 있었고

그 양이 작은지라 한참을 계속 그곳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엎디어 거의 긁어 떴는데 두어 모금? 짝꿍과 한 모금씩 나누어 마셔보니 ?? 그 맛이 아주 특이했다

입에 닿는 첫 맛은?시고

입안의 맛은? 떫고

넘김의 맛은?어?단맛도 있네

시고, 떫고, 약간 달큼한? 신기한 맛이었다

이래서 약수인가 보다

약수를 마시고 바가지를 내려놓는데 이번에는 좀 더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자분이 또 가져온 병에 약수를 담고 있었다

뒤에서 기다리든지 말든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 아까 여인과 똑같다

왜 나이가 들면 지켜야 할 양보나 도덕을 잊는 걸까?

아님 아는 사람 없고 모르는 사람들이니 무언의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걸까?

그도 아님 약수의 효험이 좋아서 눈치고 뭐고 없이 약수를 가져가야 할 이유가 있는 걸까?

우두커니 서서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웃음이 나온다

ㅡ저기요 제가 사진을 찍고 싶은데 계속 계시니 그냥 찍어야겠네요 저는 저의 모델이라 생각하고 찍을게요ㅡ라고 하자

활짝 웃으며 그러란다

자신들이 모델이 되어 주겠다고ㅡ참내

그러나 저러나 각 자의 모습을 보고 웃어야지 어쩌겠는가

생각해 보니 나 또한 젊은 시절 하지 못했던 어떤 행동을 천연덕스럽게 할 때가 있었던 것 같아 저들의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음이 난다

신은 인간에게 세월을 얹어 늙게함이 미안해서 뻔뻔한 배짱이라는 걸 준걸까?

오색 약수터에 서서 나이들어감이 대단한 힘이 된듯한 모습을 보며 나의 모습도 뒤돌아 보고 미래를 마음판에 써 보았다

어른답게ㅡ

따뜻하게ㅡ

잘ㅡ살아내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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