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고맙소

by 한명화

벌써 열이틀

여행 한번 다녀온 선물이 너무 혹독하다

이 엄청난 고통을 준 코로나를 혼자만 앓았으면 이 또한 감사한 일일것인데

짝꿍까지 옮겨 놓고 둘이 서로 힘들어하며 마주 보고 안쓰러워 한다

서로의 상태를 염려하여 예민해진 신경에 잠이라도 편히 자자며 짝꿍은 서재로 침실을 옮기고 가끔씩 서로의 방문을 열어본다

잘 자고 있는지ㅡㅡㅡㅡ

열흘이 더 지났다

열은 내리고

가슴을 괴롭히는 기침과 콧물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제는 햇살이 하도 좋아 큰 맘먹고 옷을 따뜻하게 차려입고 마스크도 쓰고 산책을 한 시간쯤 다녀왔다

햇살을 마주한 한 시간의 행복했던 보람은

쏟아져 나오는 기침으로 되값아야 했다

ㅡ옛 어른들께서 감기 떨어질 때 바람 쐬면 안된다셨는데 그 말이 맞네ㅡ라며 바깥바람 쐬고 온 것을 급 후회해야 했다

11월의 가을 끝물 여행계획은 저만치 밀어 두고라도 열흘 넘게 집안의 생활은 그래도 둘이라서 잘 버틴 것 같은데ㅡ

다행인 것은 어젯밤 둘 다 기침을 하지 않고 편한 잠을 잘 잔 것이었다

새벽을 넘어서는 시간

짝꿍의 잠든 모습을 확인하러 들어가 조용한 모습에 곁에 누워 같이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짝꿍이 가만히 전해주는

ㅡ여보! 고맙소

이렇게 일어나 주어서 ㅡ라고

눈물이 핑 돈다

너무나 고맙고 미안해서

ㅡ여보!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요

우리가

다시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어서ㆍㆍ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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