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오후의 햇살 즐기며

by 한명화

오후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발코니에

의자에 앉아 따갑게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며 창밖 길가의 떠나간 가을을 본다

그 푸르던 잎새들이

그 아름답던 잎새들이

어느 사이 떨어져 내리고 앙상한 나무는

거친 바람에 쉼 없이 춤을 춘다

겨울이라며ㅡ

왜인지 떠나가버린 단풍의 계절이 아쉽고 구름 한 점 없이 너무도 맑은 하늘에 부는 바람은 내일의 추위를 예고하는데 문득

옛 추억하나 툭 떨어진다


어린 시절 양지쪽에 동네 친구들 모여 놀고 있으면 할아버지들 한분 두 분 세분 서서히 나오셔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선희네 집 담 모퉁이 편편한 곳에 쪼그려 앉으신다

오늘처럼 따갑게 내리쏟는 햇살 받으며 윗저고리 소매 속에 손을 넣으신 팔짱 자세가 되시어 똑같이 앉아계신다

행여 아이들이 싸울라치면 호통을 치시고 편갈라 쥐사리 게임을 하면 손주 쪽 편을 열심히 응원도 하셨었다

그 시절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추운데 집에 계시면 좋을 것을 왜 밖에 나오셔서 담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계시는지

오늘 문득 다가온 추억 속의 고향 할아버지들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ㅡ라며

이 좋은 햇살은 방안에는 오지 않으니

또 방에 불을 때야 하는데 평야지대라 땔감이 부족해서 밤에만 불을 땔 수밖에 없었구나

그러니 겨울 낮의 방안보다는 담모퉁이의 햇살이 따뜻하고, 친구분들과도 만나 이야기도 나누시고, 어린아이들 놀이도 지켜볼 수 있고,

그랬었구나

그렇구나라며 옛 모습 속에 들어앉아 동네 할아버지들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보내며

발코니 의자에 앉아 따갑게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즐기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저도 이제 할아버지들을 이해할 때가 된듯하네요ㅡ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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