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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붓
오후의 햇살 즐기며
by
한명화
Nov 25. 2023
오후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 발코니에
의자에 앉아 따갑게 쏟아지는 햇살을 즐기며 창밖 길가의 떠나간 가을을 본다
그 푸르던 잎새들이
그 아름답던 잎새들이
어느 사이 떨어져 내리고 앙상한 나무는
거친 바람에 쉼 없이 춤을 춘다
겨울이라며ㅡ
왜인지 떠나가버린 단풍의 계절이 아쉽고 구름 한 점 없이 너무도 맑은 하늘에 부는 바람은 내일의 추위를 예고하는데 문득
옛 추억하나 툭 떨어진다
어린 시절 양지쪽에 동네 친구들 모여 놀고 있으면 할아버지들 한분 두 분 세분 서서히 나오셔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선희네 집 담 모퉁이 편편한 곳에 쪼그려 앉으신다
오늘처럼 따갑게 내리쏟는 햇살 받으며 윗저고리 소매 속에 손을 넣으신 팔짱 자세가 되시어 똑같이 앉아계신다
행여 아이들이 싸울라치면 호통을 치시고 편갈라 쥐사리 게임을 하면 손주 쪽 편을 열심히 응원도 하셨었다
그 시절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었다
추운데 집에 계시면 좋을 것을 왜 밖에 나오셔서 담모퉁이에 쪼그려 앉아 계시는지
오늘 문득 다가온 추억 속의 고향 할아버지들 모습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렇구나
그랬었구나 ㅡ라며
이 좋은 햇살은 방안에는 오지 않으니
또 방에 불을 때야 하는데 평야지대라 땔감이 부족해서 밤에만 불을 땔 수밖에 없었구나
그러니 겨울 낮의 방안보다는 담모퉁이의 햇살이 따뜻하고, 친구분들과도 만나 이야기도 나누시고, 어린아이들 놀이도 지켜볼 수 있고,
그랬었구나
그렇구나라며 옛 모습 속에 들어앉아 동네 할아버지들을 향해 빙그레 미소를 보내며
발코니 의자에 앉아 따갑게 쏟아져내리는 햇살을 즐기며 혼자서 중얼거린다
저도 이제 할아버지들을 이해할 때가 된듯하네요ㅡ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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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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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날들에 만난 너무도 좋은 인연들의 사랑에 늘ㅡ감사하며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아직도 마음은 소녀랍니다 은빛 머릿결 쓸어 올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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