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바람 붓

그냥은 서러워 못 가네

by 한명화

보름여만에 나선 분당천 산책 길

한걸음 한걸음이 힘이 들지만

그 걸음걸음이 너무 고맙다

힘을 내 걷자니 힘도 오르고

가쁘던 숨도 차분해지고

밖에 나와 걸으니 새 힘도 난다


걷던 걸음 어느 사이 중앙공원 둔덕

단풍 잃은 마른나무 잎새의 외침

아직은 청춘이라 단풍색칠도 안 했는데

찬바람이 불어와 울음 안긴 바람에

밤새 청춘은 두려움에 떨었다

떠오른 해님 미소에

단풍옷 입을 생각에 설레던 청춘인데

마른 갈옷 입혀놓고 떠나라 한다

고운 단풍옷 입지도 못했는데

마음대로 갈옷 갈아입혀 놓고

떠나가라 하면 나는 못 가네

서럽고 서러워 나는 못 가네 ㅡ

슬픈 노래 부르며 나뭇가지의 마른 잎새들

절대로 떨어질 수 없노라 간절한 외침

내 귀에는 어이 들리는 걸까


마른 잎새들아!

자연의 섭리 앞에 불평한들 뭐 하겠나

그저 순응하며 따라야 하는 걸

너도 알고 나도 알기에

청춘이 가버렸다 원망하덜 말고

갈옷입은 남은 생 잘 살다 가야겠지

그래야 멋진 소풍 되지 않겠니?

너나 나나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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