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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파란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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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명화 May 22. 2024

황금산 넘어 만난 코끼리바위

평탄한 숲길
계단을 오르고 오르고
마지막 코스 돌길
모델 모시기 어렵네ㅡㅎ
다시 들어오기 시작하는 밀물
코끼리 바위
가까이 다가가보니
작은 굴이 다닥다닥
몽돌을 보며 수억년의 세월을
ㅎㅡ나도 돌탑을

서산 황금산을 넘어 바닷가 코끼리 바위를 만나러 출발했다

입구의 길 얼마쯤은 대단치 않아 이 정도면 쉽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쯤 올라갔을까 나무계단이 나타났다

나무계단을 또 한참을 걷다 보니 아이고 힘들다 쉬었다 가자는 소리가 나올때 쯤 삼거리가 나오고 코끼리바위로 향하는 방향은 거의 직선코스?로 바닷가로 내려가야 하는 길이 나타났다

신록이 우거진 길이었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자연석들이 줄지어 아래로 향하고 있어서 잠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행여 발이라도 잘못 디뎌 미끄러지거나 넘어지면 크게 다칠 듯 한 돌들이 제멋대로 늘어서 있었고 어느 구간에는 깨진 돌들이 날카롭게 서 있어 더더욱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넘어지면 구조도 힘들겠다 119 헬기를 불러야 될 것 같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사진도 찍지 말고 바닥만 보며 걸어야 한다고 짝꿍은 계속 주의를 주었다

산 위에서 해수면에 닿을 때까지 내려가는 그 돌 길은 정말 만만치 않았다

길을 스치는 사람들이 서로 주의를 당부하는 소리가 들린다

여기서 넘어지면 중상이다ㅡ라는

등에 땀이 날 만큼 주의해서 드디어 바닷가

우ㅡ와! 하얀 몽돌이다

꽤 넓게 펼쳐진 몽돌밭에 들어서자 이곳을 다녀간 수많은 이갑룡처사들의 돌탑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입구 쪽에 황금산 코끼리바위를 알리는 설치물에서 사진도 찍고 발을 옮길 때마다 박자를 맞추는 돌들의 노랫소리와 조금씩 밀물이 되어 들어오며 외치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코끼리 바위를 만났다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며 작품을 만들어 가는 것일까

아마도 수억 년도 더 지난 긴 시간 파도와 바람과 빗방울이 깎고 다듬기를 반복했을

자연의 놀라운 작품솜씨에 우ㅡ와!를 외치는 내 목소리가 파도 소리와 함께 귓전에 울린다

어떻게 저런 모습이 됐지?

파도와 바람의 방향이 이쪽저쪽으로 돌아가며 솜씨를 부린 건가?

앞으로의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어떻게 변하게 될까?

너무도 경이로워서 자세히 살펴보니 만조 때는 물이 어디까지 들어차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 높이의 코끼리 코 윗부분에도 굴이 붙어 있고 코 밑 부분 바위에는 작은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바위에 붙어 서서 작은 굴 하나를 벌려보니 알맹이가 있었다

신기해서 알맹이를 먹어보니 짭조름한 바다향이 입안 가득하다

재미가 붙어 굴맛을 더 보고 싶은데 짝꿍이 부른다

여보! ㅡ

사람들이 사진 찍으려 기다리는 것 같은데ㅡ

돌아보니 젊은 남녀가 서서 굴 따먹는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ㅋㅡ민망해서 얼른 비켜주고 파도가 철석이는 푸른 바다와 하얀 몽돌을 바라보며 자연의 신비함에 탄성을 멈추지 못하고는

수억 년 비바람과 파도에 씻겨 부드러운 돌멩이가 되어있는 몽돌 위에 앉아 나도 이갑룡 처사가 되어 돌탑을 쌓았다

하나, 둘, 셋, 넷,ㅡㅡㅡ

돌탑을 쌓는 것은 무아를 경험하는 것이구나

이 작은 탑을 쌓는데도 온전한 집중을 해야 하니ㅡㅡㅡ

시간이 없으니 그만 가자는 짝꿍의 재촉에 작은 작품 하나 남겨두고 코끼리 바위와 아쉬운 작별 인사를 했다

안ㅡㅡ녕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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