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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봄이다
짝꿍의 봄맞이 외침
슬슬 이제 여행 스케줄? 아니고
입춘소외를 펼친다
어린 시절
입춘 날 아침이면 아침 숟가락 놓기도 전에
아버지 부름이 있으셨다고
다섯째야!
어서 사랑방으로 건너와 먹을 갈아라
첫째, 둘째는 붙일 자리 정리하고
셋째, 넷째는 종이 준비해라
명령 떨어지면 형제들 바빠지고
다섯째와 여섯째는 먹을 팔이 빠지도록 갈아야 했다고ㅡ
먹을 열심히 갈아 좀 쉬려 하면
쉴틈이 어디 있냐는 듯
아버지께서는 커다란 대붓에 먹물을
듬뿍 묻혀 글을 쓰시기 시작하시고
먹을 갈아 먹물을 대비해야 하니
얼마나 팔이 아픈지 큰 붓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단다
붓이 적으면 먹물이 조금 묻을 것인데
아버지의 대붓은 한번 찍으면
먹물이 사라질 정도이니
눈물 나도록 먹을 갈아도 칭찬받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
오전이 다 가도록 종이를 자르고, 먹을 갈고, 아버지는 명필로 입춘대길 글을 쓰시면
들보에, 여기저기 기둥에, 대문에 입춘대길 외 많은 글들이 집 안팎에 붙여졌다고 ㅡ
이제는 그저 그리움으로 남겨진 추억
오늘은 2025년 입춘 날
아침식사 후 향긋한 차탁을 앞에 두고 앉아 도란도란 짝꿍의 입춘소외를 들으며
가신지 오랜 부모님 그리움에 서로가 자라던 어린 시절 고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큼지막하게 쓴 입춘대길을 대문에 붙이러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