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추석 맞이 비
어제는 추석 비
오늘은 추석 보내는 비
비야!
기다릴 때는 변죽만 올리고
이제는 들판의 곡식도 과일들도
알록달록 색칠놀이 바쁘기만 한데
눈치도 없이 찾아오는 거니? 장맛비처럼
이 아침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 빗소리 들으며
따끈한 차 한잔 손에 들고
발코니 초록이들을 바라본다
수십 년의 정성과 사랑의 손길에
너는 하트, 너는 동그라미, 너는 큰 손바닥
너는 키다리, 너는 너는 너는 ㅡ
여름 내 짙은 녹음으로 시원한 그늘 주었는데
창밖의 가을비 소리 듣고 있구나
반갑지 않은 감기손님 찾아와
며칠째 문밖출입 못하면서
지끈거리는 머리 달래고
따끔거리는 목도 달래고
줄줄 흐르는 물줄기도 달래고
홍건 하게 적시는 땀으로
밤잠 설치는 몇 날이 지났는데
이제는 작심하고 떠나보내야겠다
이 아침
울먹이는 하늘 바라보며
거실 소파에 깊숙이 앉아
발코니의 초록이들 마주하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고 있다
이 비 따라 가을 깊어지고 계절이 바뀌면
너희들도 행여 감기 들세라
거실로 들어와 깊은 얘기 나누어 보자
긴 세월 보내며 지난 얘기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