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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다릴께

담장 옆 감나무 밑에서

by 한명화

여행길

시골의 골목길을 차가 지난다

담장 옆 감나무는 욕심도 많다

저리도 많은 감을 어찌 다 달아 놓고

그 무게 힘겨워 가지 부러지겠다


담장 옆 감이 부른다

진한 주홍의 예쁜 감이 웃으며

아름다운 가을이라 노래 부르며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그냥 가지 말라며 부르고 있다


여린 마음 여행자 지나치지 못하고

감나무 밑에 서서 귀귀울이니

바람결에 전하는 감나무 우체부

고향집 소식도 가져오고

먼 길 가신 부모님 목소리도 들려주고


어린 꼬맹이 두 눈 반짝이며

커다란 장대 끝에 작은 망 엮어서

두 팔을 쭉 올리고 장대를 들면

두 눈은 감바라기 고개가 아프고

장대 크기에 작은 몸 휘청댄다


감이 부른다

진한 주홍의 붉은 감이

그냥 가지 말고 잠시 쉬어 가라고

감나무 밑에서 땅따먹기 하던

아득한 옛 추억도 펼쳐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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