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날의 추억

by 한명화

정월 대보름날이다

오곡? 아니 육곡 칠곡 밥을 지었다

밥 냄새가 유난히 코끝을 스친다

보름 날 먹어야 한다는 오곡? 육곡, 칠곡밥을 지어 커다란 접시에 가득 담아 식탁에 올려놓고는 보름 밥을 바라보니 옛 추억들이

달려온다

어린 시절 ㅡ

어머니는 오곡밥을 커다란 시루에 찌셨다

나물도 하시고 들깨탕도 끓이시고 큰 마루에 가득 채우셨다

보름날 아침

날이 새기를 기다려 해가 뜨기 전 친구들 집에 가서 이름을 부르면 잠결에 무심코 대답을 한다

그러면 바로ㅡ내 더위 다 가져가라ㅡ라고 소리치고 돌아온다

여름의 내 더위를 친구에게 팔았다

그런데 친구 이름을 부르면 친구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안 하고 소리친다

ㅡ내 더위 맡 더위ㅡ라고

큰일 났다 친구 더위까지 내가 다 떠안아야 하니까

이 처럼 더위를 팔러 다니며 웃고는 했었다

아침이며 복조리를 하나씩 들고 자신의 나이 수만큼 동네 이웃집들을 돌아 오곡밥을 얻어다가 먹는 풍습이 있어 집집마다 어린 손님들 맞이하러 아예 마루에 오곡밥 시루를

내어 놓고 기다리는 어머니들도 계셨었다

시집가기 전 고모 친구들은 단자를 돌렸는데 바구니를 보자기에 싸고 그 안에 요구조건을 써서 동네에서 인심 좋고 부자인 집에 던져 놓으면 그 집에서는 단자를 받고 단자 속 요구에 맞추어 음식들을 바구니 가득 채워 대문밖에 놓으면 고모랑 친구들은 그 바구니를 가지고 안채 고모방에 모여 밤새 즐기기도 했는데 어린 우리들이 찾아가면 들어오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생각해 보니 단자를 받는 집은 복 받은 집이라며 좋아하셨는데 동네에서 인심 좋은 집으로 인정받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정월 대보름날이다

바쁘게 사회생활 할 때는 잊고 살았었는데

대보름 날 음식인 오곡밥과 나물을 챙기는 것은 세월을 얹어가며 자연스럽게 우리 민족 고유의 DNA가 되살아 나오는 것은 아닐지ㅡ

오늘은 정월 대보름 날이다

어린 시절, 동네 여자들 모두 모여

동네 앞 정자나무 밑에서 했던

달 맞이 강강술래는 못해도

하늘이 맑은 걸 보니

정월 대보름 달 맞이는 할 수 있을듯하다.


매거진의 이전글107주년 3.1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