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 놀이

by 한명화

큰기침 한번하고 뒷짐 지고서

어슬렁 팔자걸음 방 한 바퀴

앉은뱅이 책상에 앉아 안경 코에 걸치고

한 녘을 청아하게 책을 읽는다


연적의 물 벼루에 조금씩 딸아

사색에 잠겨 먹을 갈았다

검은 먹물 붓 끝에 듬뿍 찍어

거침없이 일필휘지 갈겨쓰고서

글이 맘에 들어 고개 끄덕이다가


깜짝 놀라 눈을 뜨니

앗 차

전시장 앞에 서서

한겨울 추위 속 찰나의 꿈이었구나

도포자락 휘날리던 선비 놀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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