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옆자리
나이 지긋한 아저씨
비닐봉지 발 앞에 펼쳐 놓았어
파란 봉지 안 바라보니
초록이들이 쌩긋 씽긋
이건 배추모요
제일 좋은 배추모
올가을 김장할 배추 될 거요
이건 꽤 많은 배추모요
잘 길러 이웃이랑 나눠 먹을 거요
우린 식구가 단출하니까
묻지도 않은 혼잣말에
벌써 김장철 다가오고
이웃에게 실한 배추 나눠주시나 보다
아저씨 밀짚모자 등에 걸치고
애기배추 행여 누가 해코지할까 봐
두 다리 벌려 경계하시고
아기배추 숨죽이며 사람 구경 한창
파란 봉지 안 아기배추야
한숨 푹 자고 일어나렴
기지개 켜고 나면
맘씨 좋은 아저씨
너른 밭에 편안한 집 지어 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