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를 다니는 첫째 공주님의 반에 1일 선생님으로 나갔습니다.
아이들에게
'누구누구 아빠'라고 소개한 뒤
'아저씨의 직업이 뭘까요?'라고 물어보았습니다.
멀뚱멀뚱 커다란 눈방울로 쳐다보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저씨는 직업이 두 개인데
하나는 회사를 다니는 회사원이고
하나는 우리 마을 해설사라고.........
그러면서 다른 동네와는 우리 동네만의 자랑거리
사람들이 탐방을 오는 유명한(?) 동네에 살고 있으니 그런 자랑을 집에 가서 엄마 아빠에게도 들려주라고....
자영업(쇼핑몰)을 하다 보니 업무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면 낮에 조금 시간을 비우기가 다른 마을분들보다 나아 재작년부터 마을에 탐방 오시는 분들의 탐방 안내와 강의를 조금씩 맡고 있습니다.
올해는 탐방 문의가 많아지면서 조금 더 제가 집중해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마을에 찾아오시는 분들은 크게 3가지 방향에서 접근을 합니다.
첫째는 마을공동체를 어떻게 시작했고, 22개 정도의 마을 단체들이 어떻게 연대를 하고. 최근에 어떤 점을 고민하고 있는가?
둘째는 마을 안에 있는 11개 정도의 협동조합-사회적 기업이 어떻게 마을을 기반으로 생존하고 있는가?
셋째는 발달장애 아이들의 보육과 치료뿐 아니라 일자리까지 마을 안에서 만들어 가는 안심마을의 공존하는 삶 이야기
특히나 세 번째 이야기는 다른 마을공동체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안심마을만의 특별한 모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 교수님, 복지기관, 각 지역 중간지원조직, 사회적 경제 임직원, 예비 협동조합, 시민단체, 장애단체나 장애부모님 등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찾아오십니다.
마을 탐방을 상담하고 탐방을 진행하고 그분들과 토론하고 이야기하는 자리는 무척이나 흥분되는 일입니다.
같은 마을 이야기라도 새로운 지역에서 오시는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 스스로도 정리되고 있음을 느껴집니다. 마을 탐방은 마을을 찾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시간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정리하고 성장하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1년이면 2000여 명 가까운 탐방객이 마을을 다녀가십니다.
대부분의 탐방이 5~6월, 10~11월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불편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이번 주의 경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탐방 일정이 있고 하루 두세 팀이 겹치기도 해서 탐방 오시는 분들이 주로 찾는 어린이도서관이나 마을카페는 본업을 제대로 못할 지경이라고 불편함을 호소하시기도 합니다.
마을에 사는 사람도 마을을 방문하는 사람도 모두 윈윈이 될 수 있는 마을 구성원 간의 협의와 공감이 필요한 시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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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다녀온 컨퍼런스에서 한 지자체 의원이 마을공동체를 이야기하며 공동체의 복원과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골모길을 강조하며.....
휴 ㅠㅠ
그런 복원이나 골목길의 향수는 어찌 보면 과거의 향수일 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가 꿈꾸는
마을은 대도시 아파트 숲 안에 놓여져 있습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더 다양한 욕구와 가치관을 가지고
아둥바둥 부딪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에게 마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고 생존을 위해 선택한 길입니다.
내가 너무 힘들고
내가 너무 불행하기에
이웃과 함께 공유하고 공감하며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몸부림치는 것이 마을살이입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과거와 같은 권위적인 공동체 질서와 관계망과는 완전히 다른
스스로의 존엄과 자존을 지키고 행복하기 위한 느슨하지만 끈적한 네트워크망을 동네에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려 합니다.
그래서 마을살이가
때로는 너무 큰 업무로 다가오고
때로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더 상처받기도 하고
때로는 방향을 잃어 표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버티고 또 버티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