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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팔아라

지속가능한 커뮤니티비즈니스 = 어디서 출발할까?

by 씩씩한 종윤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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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팔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팔아라.


올초에 지방 중소도시의 도시재생 사업지에서 카페를 운영하실 분들이 탐방을 오셨습니다.

그 지역은 처음 세워진 사업계획에 따라 마을주민사업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고

그 곳에 카페를 운영하실 분들이 실제로 마을에서의 카페,

혹은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카페를 보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셨습니다.

참고로 저희 동네에는 3개의 사회적경제단위가 운영하는 카페가 4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3개의 단체는 카페를 운영하는 목적도 운영하는 방법도 지향하는 방향도 다릅니다.

(이 3곳만 비교하는 것으로도 할 이야기는 많지만.....)


이런 팀들과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묻습니다.

'왜 하시죠?'

'많고 많은 아이템중에 왜 이걸 선택하셨나요?'


불행히도 이러한 질문에 자신있게 이야기 하시는 분을 찾기는 어렵습니다.

특히나 도시재생과 같이 주민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세운 계획서에 맞추어 진행하는 사업에는 주민은 항상 빈 칸에 적당히 채워주는 역할을 할때가 많습니다.

자기가 세운 계획이라면 뭐라도 자기의 이야기를 할터인데 자기가 세운 계획이 아니다보니 부담도 적겠지만 고민도 적어집니다.


이곳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었을까요?


가장 큰 문제는 이 분들이 평소에 아메리카노를 안 드시고 믹스 커피를 더 좋아하시는데 있었습니다.

자신은 믹스커피와 막걸리를 좋아하시지만 라테와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팔아야합니다.

제가 차라리 막걸리 파전가게를 내는 것이 어떻겠냐고 여쭈어보니 업종 변경이 안된다고 합니다. ㅠㅠ


이런 일은 아주 예외적이라고 생각하실수 있겠지만 사실은 이런 일이 대부분입니다.


저희가 마을에서 로컬푸드 생협을 만들어 운영합니다.

초창기에 운영하는 상근자와 이용하는 소비자간의 간극이 멀때 나타났던 것이 바로 이 문제였습니다.

상근 활동가들은 지역의 농가를 다니면서 농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농민들의 농사에 대한 철학에 감동받기도 하고 새로운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좋은 농민에게서 좋은 농산물을 가지고 옵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소비자의 냉장고 속 재고도 모르고, 소비자의 오늘 내일 식단도 모르는 상근자가 가져온 농산물들은 소비자의 선택과 괴리가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건은 없고, 필요할때 물건은 없고 그래서 다시 옆의 이마트로 발길을 돌립니다.

상근자는 가치가 상호소통 되지 않는 환경에서 힘들게 힘들게 버티어갑니다.


상근자가 팔려고 했던 것은 농산물일까요, 가치일까요?

소비자가 사려고 했던 것은 농산물일까요, 가치일까요?

어떻게 결합시켜야 할까요?


우리의 답은 앞서 다른 챕터에서 이야기 한대로 소비자 조합원의 변화에서 시작했습니다.


자신의 수요를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실현하나가는 출발점에서의 생산적 소비자 역할....

상근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자기가 팔고 싶은 물건에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사고 싶은 물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합니다.

팔고싶은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것을 팔아야 합니다.


아무리 건강에 좋고 친환경적이라고 해도 맛이 없으면 상호소통이 이루어질수 없습니다.


얼마전 시내에서 저염식 식당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바깥에 작은 안내판(저염식밥집이라는)이 있었지만 제대로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같이 가신 분이 입맛에 안 맞아 간장을 달라고 했을 때 우리는 설명을 들을수 있었습니다.

옛날 광고 문구에 이런 말이 있었습니다.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마찬가지입니다.

"표현하지 않는 가치는 가치가 아니다"

나 혼자만의 가치는 자기 만족일 뿐입니다.

식당안에 저염식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는 안내문들을 벽이나 테이블에 붙이고 테이블마다 소금이나 간장을 비치하면서 그 통에

'저희 식당은 손님의 건강을 위해서 저염식으로 건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혹 필요하시면 조금만 넣어 드세요' 라는 안내글을 붙이면 더 그 가치가 잘 전달되지 않을까?


저희가 마을에서 지난 7~8년동안 연탄배달을 해 왔습니다.

저소득층이나 독거노인분들을 대상으로 매년 동네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이 모여 한 나절 열심히 연탄을 날랐습니다.

그러다 3년전 저희가 마을에서 주택협동조합을 만들어 발달장애아이들의 치료교실과 주간보호등이 들어갈 건물을 동네에 짓게 되었습니다.

그 때 동네 집값 떨어진다면 머리띠를 매고 반대하시던 어르신들이 계셨는데 자세히 보니 그대 연탄을 배달했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때의 연탄배달은 그저 우리의 자기만족이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겨울이면 다 함께 모여 연탄배달을 하고,

연탄재 묻은 얼굴로 사진찍고,

마치고 먼지 뒤집어 썼다고 돼지 국밥 한그릇 하고.....

그분들 입장에서는 연탄을 주는 많은 단체들

복지관, 동사무소, 봉사단체, 공기업등등 중의 하나일뿐이었는데,,,,,

우리가 진짜 그분들과 소통하려 했다면 평소에도 만나서 이야기하고 관심을 기울였어야 했는데

한나절의 봉사에 자기만족으로 가득한채 그분들과 소통했다고 으쓱이지 않았는지 반성을 했습니다.


나의 가치가 얼마나 훌륭한가로 나의 행동이 판단 될수 없습니다.

우리의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이야기 하는 소통은 일방적 소통이 아니라 쌍방향 소통입니다.

나의 가치는 상대방의 언어로 표현될때 가장 전달이 잘 됩니다.


팔고 싶은 물건이 있더라도 참고

사고 싶은 물건을 팔아야 합니다.


그것이 커뮤니티비즈니스가 살아남는 방법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고 상호소통이 가능해지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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