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택: 엄마와 함께 부산으로 가다.

by 새미

오래된 기억을 더듬다보면 그 앞전의 이야기들이 전혀 떠올려지지가 않는다.


어느날 부터인가 어머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어린 나는 어머니의 부재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일을 하러 나가신 동안 나는 어린 오빠와 집을 지켰고, 오빠는 심심했는지 애꿎은 문을 걸어 잠그고 나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날이 많았다. 내가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면 그제서야 실실 웃는것을 멈추고 열어주었다. 이런 날들이 비일비재 하였다.


여느날과 다름없이 나는 어린오빠와 밥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었고, 아버지가 없는 틈에 낯익은 여자가 내옆을 비집고 들어와 앉아있었다. 맞은편에서 밥을 먹던 오빠는 멀뚱히 앉아있었고, 여자는 내게만 관심을 보이며 말을 걸었다.

그 여자는 나의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외투도 벗지 않은채 나를 빨리 데려가겠다는 일념하나로 웃으면서 나에게 자기와 같이 살자며 내 눈높이에서 뭐라뭐라 이야기하며 나를 회유했다.

어머니의 눈에는 어린 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오빠는 어떤 기분이였을까? 자신도 그의 아들이였을 것이고, 한 배안에서 태어난 자식일텐데 자신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일인지 아무도 모를것이다.

어머니와 내가 그 집을 나갔을 때 어린 오빠는 집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을 두번이나 본셈일 것이다. 그 어린 아들의 마음을 어머니는 헤아려줬을까 나는 묻고싶다.


나는 단지 어머니가 좋았기에 같이 가자는 말에 좋다고 대답했다. 세상에 자기 어머니를 좋아하지 않을 어린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본 어머니라 그런지 더욱 그립고 애틋하고 좋았을 것이다.


어머니는 한손에 나의 짐가방을 들고, 나의 손을 붙들고 어린 오빠만 남겨둔채 집을 나왔다.

나와 어머니의 등 뒤로 들리는 것은 적막한 걸음소리가 전부였다.


눈을 떴을땐 이미 나는 부산의 한 터미널에 도착했다.

이젠 나는 아버지도 오빠도 없는 삶의 터전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었다.

한순간에 어머니를 잃었다가 한순간에 어머니를 다시 찾은 대신 아버지와 오빠를 잃었다.

그 어린 나이에 생각하고 판단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머니를 따라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는 어머니를 좋아하고 사랑했기에 그 품에 다시 안겼을지도 모른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던 때 아버지가 내게 넌지시 말해주신 말이 있었다.

내가 어머니와 집을 떠난날 아버지와 오빠는 많이 울었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를 보낸것이 후회되었다고 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이혼당시 합의하에 오빠는 아버지가 나는 어머니가 키우기로 한것이다.


결국 나는 그때 어머니를 따라나서지 않았어도 같이 살게될 운명이었던 것이다.

이미 어른들의 선택과 합의는 이미 이루어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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