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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사원에게 #1.

달콤한 입사축하가 아닌 인생조언이 되길 바라며

최근들어 새롭게 합류한 팀원들이 많습니다.

내세울 것 아무것도 없는 작은 회사에 합류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입장에서 회사생활에 대한 현실적인 조언을 몇 자 적습니다.


철지난 라떼타령을 하는 글이 아닙니다.

그간 저와 업무적으로 인연이 닿았던 분들을 떠올려보며 제 스스로의 생각도 정리하고 반성도 해볼겸 쓰는 글이라 받아들여주십시오. 

지금 함께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분들이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게 회사생활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쓰는 글이니 부디 이 글이 '이상주의자의 낭만적인 헛소리'나 '그럴듯하게 멋지게 포장된 말'로 읽히지 않았으면 합니다.


1.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습니다.


시작부터 좀 세다고 여겨질 수 있는 고백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경영하는 입장에서 냉정히 살펴보면, 우리 회사는 그리고 우리 회사가 속해있는 분야는 비전이 없습니다. 


'비전'이라는 단어가 '밥벌이'나 '경제적 여유'를 뜻한다면, 소수의 사업수완이 있는 분들께는 그나마 약간의 비전은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룩한 이상'이나 '폭발적인 성장 가능성' 등을 비전이라 생각한다면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습니다.


없는 비전을 찾으려다 뒤늦게 실망하는 것보다는 미리 이야기해주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우리 회사는 비전이 없습니다. 그러니 각자 개인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 회사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만의 비전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는 교사로 재직하는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인지심리학(학습내용이 어떻게 두뇌에 저장되는가에 대한 학문)에 대한 서적들을 꾸준히 대출해서 읽었습니다. 

아무도 신간도서 구매신청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가 관심있는 분야의 책 몇권을 신청했습니다.

해외에서 효과성이 입증된 학습방법은 제 수업에 적용해서 효과를 살피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마인드맵을 사회과목에 도입해서 성취도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고,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교직생활을 이어가며, '무엇인가를 쉽게 가르치는 기술'은 어떤 분야에나 필요하다는 확신이 생겼고, 이와 관련된 공부와 실전경험을 저의 비전으로 삼았습니다. 

스스로 정한 비전은 5년간의 교사생활을 마감하고 첫 창업을 할 당시부터 지금까지 제 삶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해봤으니 너희도 해봐'라는 말이 하고싶은게 아닙니다.

'내'가 아니면 아무도 나의 비전을 챙겨주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겁니다. 


뭔가 멋진 비전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입사한 분이라면 미안합니다. 인생을 살면서 경험적으로 알게 되겠지만, 어려운 문제의 답을 대신 제시해주는 대부분의 경우는 '다른 목적'이 있습니다. 어렵더라도 자신의 비전은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고민이 깊을수록 잘하고 있는겁니다. 


썻다 지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멋진 비전이 만들어진다고 믿고 회사생활을 하며 자신만의 비전을 만들어주세요.


자신만의 비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이런 시간이 잘 안납니다. 일에 치여 생각할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중요한 것이기에 이 시간을 확보할 것을 권합니다. 아침에 조금 일찍 출근한 날 업무 시간 전, 현장으로 이동하는 차 안, 업무 중간 중간 대기하는 시간, 하루 업무를 마무리하고 집이나 숙소로 돌아가는 길, 잠자기 전 5분 등 틈틈이 시간을 내서 비전에 대해 고민해야 합니다. 


혼자 고민 하다 너무 답답하다 싶으면 도움을 요청하세요. 어떤 비전이나 목표라 할지라도 제가 아는 범위 안에서 최대한 도움 드릴게요. 




2. 우리 회사는 그리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이전보다는 덜하지만, 아직도 면접을 보면 가끔 "뼈를 묻는다는 각오"를 이야기하는 분이 있습니다. 여러분 모두가 아시겠지만, 우리 회사는 그렇게 '뼈를 묻을 만한' 회사는 아닙니다. 


열심히 하겠다는 초심을 표현한 것이라면 좋지만, 그 생각은 버리는 것이 좋습니다. 아니, 버려야 합니다.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안타깝게도 창업 당시 함께했던 분들 중에 현재 남아있는 분은 아무도 없습니다. 

작은 회사는 직원의 드나듦이 잦습니다. 아마 경영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회사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합니다. 지금 그나마 전보다 조금은 나은 회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그 간의 무수한 실수와 그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분들에 대한 미안함 덕분입니다.


하지만, 냉정히 평가하자면 아직 우리 회사는 그리 좋은 회사가 아닙니다.

흔히 '좋은 회사'라 평가받는 곳들의 요건인 '연봉', '복지', '근무여건' 등 어느 것 하나 자랑할만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여러분 중 누군가는 실망하고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라 믿고 싶지만, 상대가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상황.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인사나 채용에서 직면해있는 상태입니다.


참 비극입니다.

좋은데, 잘해주고 싶은데, 상대를 만족시켜주지 못한다는 것을 아는 것.


'퇴사'라는 것은 아무리 경험해도 아직은 아픕니다.

퇴사 하는 분 입장에서도 새로운 환경,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겁도 나고 막막한 느낌도 들겠지만,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그리 쉬운 상황은 아닙니다.

스스로의 감정 정리가 끝날때까지는 배신감, 슬픔, 분노, 걱정, 연민, 미안함 등 다양한 감정이 뒤섞입니다.

마치 연인에게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받은 것과 비슷한 감정상태 같습니다.

하지만, 인정합니다. 떠나는 이의 마음에 들지 못한 것은 제 책임이라는 것을.


어쨌든, 우리 회사는 부족한 곳이 많은 회사이니 '뼈를 묻는 각오'는 하지 말아주세요.

언젠가는 떠날 것이라는 것을 알고 거기에 대비해주세요.

다만, 우리가 함께하는 동안은 이왕이면 웃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서로 서로 노력해주세요.


우리 회사에서 상사였다고 언제까지나 상사인 것은 아닙니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갑을관계로 만날 수 도 있고, 아쉬운 말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만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니 회사에서의 상하관계 역할은 '회사업무'에 한정해서 해주세요. 


'좋은 회사'가 되지 못하는 여러가지 이유는 '경영의 부족'에 있습니다. 하지만, 몇 몇 경우는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도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회사도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하는 사회이기에 구성원들 사이에서 다양한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회사는 '일'을 중심으로 방향제시와 문제해결을 할 뿐, 구성원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다 컨트롤하고 지시내릴 수 는 없습니다. '학교'가 아니기에 대인관계나 인간존중 등을 세세하게 가르치고 꾸짖을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은 서로 조심해줬으면 합니다.


앞에 말했지만, 이왕이면 함께 있는 동안은 웃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저 역시 노력하겠습니다. 

함께 하는 동안 웃으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이왕이면 오래도록 함께하는 직원이 많은 회사를 만들도록 더 신경쓰겠습니다.




3. 회사의 성장을 위해 일하지 마세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 중 많은 분들이 '회사의 성장'을 강조합니다. 저 역시 우리 회사가 '성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때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매출의 증가', '전문분야의 확대', '타 업체와의 기술력 차이', '업무자동화의 정도' 등을 말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들을 살펴보면, 구성원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것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매출의 증가'정도만 약간 관련이 있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장비, 인력의 충원없이 매출증가를 이루어냈다면 매출 증가에 따른 영업이익 중 상당부분이 직원 상여금으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복잡한 이야기가 얽혀있지만, 간단히 말하면


회사의 성장이 개인의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회사의 성장과 개인의 성장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러니, 부디 '회사의 성장'을 위해서 일하지 말아주세요.


신기한 것은 이 명제의 역은 참입니다.

개인의 성장은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분명합니다. 

소속 직원이 보유한 기술자격증이 늘었거나, 새로운 학위를 취득했거나, 프로젝트를 통해 경험을 늘렸다면 그것은 분명 회사의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때문에 '회사의 성장'보다는 '개인의 성장'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습니다.


앞에 '퇴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했지만, 직원이 '퇴사'를 할 때 가장 안타까운 상황이 회사일을 하는 동안 개인의 시간만 허비한 경우 입니다. 입사했을 당시와 똑같은 자격사항, 지식의 정도를 가지고 퇴사한다면 그것은 그저 회사에 '이용 당했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회사가 다 큰 성인에게 해라, 하지마라를 이야기할만한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모 대기업은 젊은 직원들 공부를 못하게 의도적으로 방해하기도 했다고 합니다.(공부하면 머리가 커져서 회사를 떠난다고.)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희 회사는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든지 공부해도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회사의 자원을 활용해도 됩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자료에 대한 보안이 철저하지는 못합니다. 

회사 내부 서버나 각자 자리 주변 책꽂이에 보면 회사운영과 관련된 각종 규정이나 국가표준 등이 상당히 많습니다. 평사원은 아무도 보지 않지만, 직급이 높은 일부 인원만 보는 그런 자료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업무를 하다 가끔은 의문을 품어주세요. 그리고 살펴봐주세요. 아무도 혼내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봐서는 안되는 자료나 프로젝트 특성상 보안이 지켜져야 하는 자료는 접근 권한이 없거나 공유되어 있지 않습니다. 


회사에 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여러분의 성장에 욕심을 내주세요.

'회사의 성장'이 아닙니다. 여러분 '개인의 성장'입니다.


내 시간, 노력, 청춘을 갈아넣어서 회사를 성장시켰는데, 정작 어느 순간 내가 회사에 없다면 그건 남 좋은 일만 한게 됩니다. 그러니 '개인의 성장'에 먼저 집중해주세요. '회사의 성장'은 그것들의 총합, 결과물일 뿐입니다.


하지만, 따로 '성장을 챙길 시간'을 마련해주지는 못합니다.

이 부분은 여러분 스스로가 알아서, 찾아서 해야 합니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개인의 성장' 보다는 '회사의 성장'이 더 중요합니다. 그래야 운영자금도 확보하고, 임직원들 급여도 챙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회사에서 앞장서서 '개인의 성장을 할 시간'을 확보해주지는 못합니다. 

업무 중간에 짬을 내거나, 야근, 주말 근무 등을 하며 틈틈이 챙겨주세요. 이런 부분까지 뭐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생활을 하며 '개인의 성장'을 추구한다는 것 자체가 '남들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것 입니다. 남들과 똑같이 생활하면서 남들과는 다르게 살아갈 수 는 없습니다. 


저는 이 글을 어제 퇴근 후 8시부터 9시까지, 그리고 오늘 아침 5시부터 7시까지 시간을 활용해서 작성하고 있습니다. '꼰대'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악덕'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경영인이 되고자 하는, 남들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성장을 위해, 여러분의 시간을 투자해주세요.

그리고 눈치껏 회사의 상황이나 여건을 여러분의 성장에 이용해주세요.


함께 하는 동안 '개인의 성장'은 무조건 추구해야 합니다. 회사가 여러분의 미래를 책임져주지 않습니다.



*총 7가지 주제를 풀어서 쓰려고 했는데, 작성하다보니 내용이 길어졌습니다. 나머지 4가지 주제에 대한 내용은 다음 편에 이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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