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영유아검진에서 아이의 시력이 좋지 않다며
3개월 뒤 다시 검진을 받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걱정이 됐지만 어린 아이의 시력은 발달이 덜 되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언니의 이야기만 마음에 담아두고
6개월이 지난것 같다.
어느날 부터 시계의 숫자를 잘 읽지 못하고
유치원에서도 글자가 잘 보이지 않았다고 말하는 아이의 이야기에 그제서야 검진을 잡았다.
그리고 바로 오늘.
6개월 동안 근시가 많이 진행되어 안경을 필수로 착용해야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선생님의 말에 아이의 눈에는 눈물방울이 맺혔고 고사리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내 시력이 나쁜탓에
아이까지 이렇게 시력이 나빠지는 건가.
내가 피곤해도 아이랑 좀 더 놀아주고
아이패드 앞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적었더라면
눈이 나빠지지 않았을까.
3개월 검진 기간을 지켰더라면
더 나빠지진 않았을까.
나를 자책하는 마음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럼에도 안경을 써야하는 아이를 다독여야 했다.
"안경을 쓰면 친구들이 안예쁘다고 할것 같아..."
시무룩했던 아이가 안경을 쓰니 환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눈에 보이는 것들이 이전보다 작아보인다고 했다.
흐리고 퍼져있던 세상이 선명하게 좁혀진거였다.
그러곤 방긋 웃어보였다.
너를 흐린 세상에 혼자 두고 있었구나.
너무 미안해..아가..
안경을 쓴 낯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똑똑한 박사님이라며 안경테를 기가막히게 잘 골랐다며
대수롭지 않은듯
마치 새로운 이벤트라도 일어난듯 이야기하며
잠들때까지 아이의 고운 얼굴을 쓰다듬었다.
아이가 잠들고
설거지를 하는데 눈물방울이 툭툭 떨어졌다.
사실 안경을 쓴 낯선 아이의 얼굴에서 나는 무너졌다.
진짜 독립수면을 선언하며
혼자 방에서 잠들고 더이상 새벽에 찾아오지 않는 아이가..
엄마의 손길 없이 이제 혼자 샤워와 머리감기를 하고..
엄마를 위로하는 대화를 건네는 나의 아이가
너무 빨리.. 커버린것 같았다.
해준것도 없는데..
이렇게 빨리 크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미어졌다.
분명 너무 잘 크고 있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허전할까..
아이는 곤히 잘 자고 있는데.. 곁에서 예쁘게 잘 자라고 있는데
왜 이렇게 멀어져가는것 같은지..
어느순간부터 아이의 스치는 얼굴에서
아기때의 모습이 겹쳐 보일때면
너무나 애틋하고
놓치기 싫어 눈에 계속 담아두고 싶어진다.
나는 정말 이상한 엄마다.
자꾸만 눈물이 흐르는건 왜인지 정말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