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종교수업 시작

by 회계학편식중

'여보, 나 도망가고 싶다..'


교리수업의 날짜가 다가올수록 나는 도망가고 싶어졌다.

살면서 '종교'라는 것은 가끔 드라이브하다가 유명한 절 정도 들리는 수준이었는데, 수업을 받고 하게 될 줄이야.


내가 듣게 되는 RCIA 프로그램은 성당에서 9월부터 18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바이블 수업을 진행하고

그다음 해 부활절즈음에 세례를 해주는 프로그램이다. 9세부터는 RCIC라고 불려지고 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생각이 교차하다가 결심을 했다.


'그래. 나도 이참에 영어이름 하나 만든다고 생각하자. 아주 예쁜 세례명을 영어이름으로 써야겠어.'


나의 굳은 결심을 남편이 듣고는,


'그것도 좋은 방법이야. 안 좋게만 생각하지 말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여보.'


남편이 나를 애써 위로해 줬지만 시간이 다가올수록 압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하루 전 메일이 날아왔다. 일요일 9시 미사를 참여하고, 10시부터 수업이 시작될 예정이라고


'후'


깊은숨을 들이쉬고 성당문을 열었다.

일요일 아침에는 사람들이 잘 안 보이더니 다 여기에 있었나 보다.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지만 앞사람 행동을 잘 따라 하면서 반복되는 노래구절은 흥얼흥얼 거려줬다.


그렇게 내 인생 첫 미사가 끝나고

수업을 받는 그곳으로 갔다.


자기소개를 간단히 하고 내가 처음 받았던 질문은... 나를 적잖이 당황하게 만들었다.


'What has God's call brought you here for?'


얼마간의 정적이 흐른 뒤,

나는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


'아이 학교를 바꾸고 싶어서 오게 되었고,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은데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 말았다.


나는 가톨릭을 앞으로 믿을 거라는 생각은 아직 없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범주 안에서 선택한 것 일 뿐이다.

그걸 예쁜 포장지처럼 말할 영어 실력도 안되지만, 꾸밈없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성당에서 지정해 준 'sponsor'와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교환했다.

나의 대모는 스페인에서 살다가 여기로 이주한 사람이다. 나의 첫인상은 굉장히 활발한 성향을 지니신 분 같아 보였다.

여기저기 친구도 많아 보이고, 내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느 정도 내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아 보이긴 했다. 적어도 내 느낌에는.


수업이 진행되고 한국말로 들어도 잘 모르겠는 단어들을 영어로 들으려고 하니까 안 그래도 어려운데 더 어렵게 느껴졌다.

그러다 수업 말미에 다음 주부터 진행되는 양을 미리 알려줄 테니 읽어보고 질문을 하라고 했다.


'오 마이 갓.'


이거 점점 더 산으로 가고 있는 기분이다. 여기서 벗어나고 싶지만, 이대로 그만두면 학교문제가 생겨서 버텨야 한다.


후다닥 짐을 챙겨 나가려는데, 나의 인자한 대모가


'어땠어? 들을만했어?'

'흠,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어.'

'궁금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문자 해. 다음 주에 만나.'

'응, 다음 주에 만나.'


이왕 시작한 일이니 그래도 성의는 보여야 할 것 같은데, 진짜 이러다가 가톨릭 바이블 모임하고 여기 유행하는 바이블 꾸미기 하고 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그 무엇의 부름으로 여기에 온 이상 그래도 성의 있게 활동해 봐야겠다.

혹시 아는가, 이 외로운 캐나다 생활에 한줄기 희망이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