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부의 결혼식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지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요즘엔 다들 주례없는 결혼식을 선호한다. 이번 결혼식도 주례 없는 결혼식으로 진행되었다.
조명이 꺼진 커다란 홀에 사회자가 대본을 읽으며 식을 시작한다. 하객들은 모두 침묵한 채 어둠에 묻혀있고 화촉점화니, 신랑신부 입장이니 하는 것들을 박수치며 바라본다.
신랑신부의 가족, 친지, 지인 및 직장동료들.
각자의 인연과 사정으로 와 있을 하객들은 결혼식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나는 요즘 결혼식에 갈 때마다 다른 하객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왜냐하면 나는 다른 사람의 결혼식을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바로 나의, 그러니까 우리 부부의 결혼식이다.
남의 결혼식장에 들어서자마자 우리 부부의 결혼식을 떠올리는 건 아니다. 내가 그런 상념에 잠기는 건 신랑신부의 혼인서약서 낭독 부분이다. 신랑신부는 혼인을 선언하며 결혼 후에 살아갈 모습들을 하객들 앞에서 약속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어쩜 그렇게 비슷한 약속을 하는지, 나의 결혼식을 떠올리지 않을래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기억은 묻는다.
당신, 결혼식에서 약속한 것처럼 아내를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사랑하고 있는가?
아내를 배려하고 아내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는가?
힘든 순간에 서로 의지하고 있는가?
자신있게 '네'하고 대답할 수가 없다. 은근슬쩍 '뭐, 잘 살고 있죠.'하고 넘어가려고 하면 이어서 떠오르는 기억들이 용납치 않는다. 그럼 나는 노력해보겠다고 약속하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이 쯤 되면 심란하고 싱숭생숭해져 결혼식에도 집중이 안 되고 괜히 다른 하객들을 힐끗거리며 다들 무슨 생각을 하나 궁금해한다. 학창시절 시험지를 받아들고 나만 망친 건 아닌지 걱정되는 마음으로 친구들 주변을 기웃거릴 때처럼 말이다. 하지만 다들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식이 끝나고 지인들과 모여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카페에 들러 이런저런 수다를 한두시간 떨다가 집에 돌아왔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내에게 전화를 걸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결혼 후 우리끼리 만든 약속 중 하나는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꼭 안아주기'였는데 지켜지지 않는 날이 많았다. 그러나 누군가의 결혼식에 다녀올 때면 꼭 집에 오자마자 아내를 안아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