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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Jul 21. 2023

아이고

내 영혼이 날라가요

얼마 전 바닷가에서....  대문 사진은 이십 년도 더 된 입니다. ㅎ

 



지난 주였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을 타 먹었더니 감쪽  같이 낫더라고요.


그런데 사나흘 전부터 감기가 재발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도 타와서 챙겨 먹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기대와 달리 감기가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부터  어찌나 기승을 부리는지 오한이 들고 삭신이 너무 아파서 결국 드러눕고 말았습니다.


너무 춥고 아프니까 저절로 신음이 나오더군요.


신음소리를 듣고 온 아내가 차가운 물에 적신 수건을 이마에 얹어주길래 코가 막혀 숨을 못 쉬겠다며 흥감을 떨었습니다.


잠시 후 아내가 뭔가를 가져와 코와 입을 막는데 이제 꼼짝없이 죽는구나 싶더라고요.


그렇게 한 이십 초 정도 죽었구나 하고 있는데  정신이 돌아왔는지 아니면 마음이 바뀌었는지 뜨끈한 그걸 치워줬습니다.


좀 뚫렸어?


무슨 소리야, 나 죽이려고 코하고 입하고 다 막았잖아.


아, 그랬어. 당신이 불을 못 켜게 하니까 안 보여서 그랬지. 아이고 하마터면 남편 죽일 뻔했네.ㅎ ㅎ


아내는 웃기까지 하면서 냉수건을 갈아주고는 친구를  데리고 산책을 가버렸습니다.


아이고아이고아이고.....


제가 아내의 등 뒤에 대고 곡소리를  내도 소용없었습니다.


아이고 내가 죽어 가는데 저 여자 가버리네.


아내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곡을 했는데도 아내는 야속하게 ㅎㅎ ㅎ 웃으며 나가버렸습니다.


저는 오한과 고통을 이겨내려고 아이고를 연발하다가 그게 자연스럽게 소리로 바뀌는 경험을 했습니다. ㅎ


오천 년 한이 담긴 소리를 냅다 해대자 장모님이 와서 하시는 말씀이  사위 뭐 하는 거여? 미친 거야? 하시는 겁니다.


저는 웃음보가 터져서 정말로 미친 사람처럼 침대에 누워 웃었습니다.


ㅎㅎ ㅎ  우리 사워가 제대로 미쳤네. 세리(아내의 애칭)는 친구를 데리고 나가서 없어.  


그러시고는 가버립니다.


저 혼자 웃다가 소리를 하다가 하면서  감기와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마침내 아내가 돌아왔습니다.


저는 아내의 기척을 느꼈을 때부터 부러 큰소리로 아이고 아이고 아이고 하고 소리를 냈습니다. 좀 구성지게 장단까지 맞춰가면서요.


내  영혼이 날아기. 내 영혼이 날라가.....


저는 아내가 안방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곡소리를 했습니다.


뭐라고....


아내는 끝내 내 말을 못 알아듣고는 불 좀 켜도 돼? 하고 묻습니다.


저는 괜히 심통이 나서 안돼,라고 했죠.


아내는 내 이마에 얹혀  있던 수건을 다시 냉수에 적셔주고는 비타민 좀 먹자 이럽니다.


아침마다 영양제를 한주먹씩 먹는데 또 무슨 비타민? 나 죽이려는 거지?


ㅎㅎ 귤 사 왔어. 약으로 먹는 거 하곤 다르니까 먹어봐.


아내는 뭔가를 내 코로 쑥 들이밉니다.


거긴 코잖아!


ㅎㅎ 당신이 불을 못 켜게 하니까 그렇지. 어두운 데다 물수건에 얼굴이 덮여 있어서 더 안 보여.


사실 제 아내는 시력이 아주 나쁩니다. 그래도 기분이 나쁜  건 나쁜 거죠.


아내가 내 머리맡에 놓인 등을 켜고 귤을 내 입안으로 자꾸 밀어 넣습니다.  제가 먹기 싫다는데 말입니다.


기슴 만지게  해 주면 먹을 게.


저는 입을 꼭 다물고 배짱을 부립니다.


살만 한가 보내.


아내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궁뎅이를 찰싹 때립니다


안 그러면 안 먹을 란다.


저는 금방이라도 돌아  누울 것 같은 시늉을 합니다.


알았어.


아내는 마지 못해 허락합니다.


는 아내의 가슴을 만지면서 귤을 열 개쯤 받아먹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


작가님들 아프지 마시고 늘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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