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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Sep 28. 2024

그 집


                   이세벽


내 몸 어딘가에 있는 그 집

찾아갈 길은 없지만

주저앉아 울면

내 앞으로 다가와

문을 여는  집


내 몸 어딘가에  있는 그 집

젊은 사내가 열다섯 여자애를

훔쳐서 지어 준 그 집


지붕은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도

날아갈 듯 덜컹

유리도 없는 창문은 쉴 새 없이

별을 찍어 나르지


대숲 되어 누운

마음 어디 뚫린 동굴 속으로


내 몸 어딘가에 있는 그 집

어둠으로 빈틈없이

꽉꽉 채워진 그 집


가만 보면 그 어둠은 

별로 짠 쉐타

만삭의 배를 꽁꽁 싸맨

어린 여자애

응급 환자 왕진 간

젊은 사내를 기다리며 

눈물별로

한 땀 한 땀 직조한

내가 콧물 껴묻히며 입던 옷


내 몸 어딘가에 있는 그 집

찾아갈 길은 없지만

지쳐 울면

내 앞으로 다가와

문을 여 집



어린 여자애와 젊은 사내의 결혼식 사진


열다섯 여자애는

제 어머니입니다.

젊은 사내는 제 아버지.

어머니가 열 다섯에 저를 임신했습니다.

팔 개월 동안 배를 꽁꽁 싸매고 감췄지만

..... 어른들이 알게 되어 집안이 뒤집어졌습니다.

여자애는 그 어둠 속에서 쉐터를 짰습니다.


이 이야기를 제가  19  되었을  때 외가에서 가사를 도우시던 아주머니에게 들었습니다.


작가님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작가님들 늘 건강조심하시고요. 언제나 행복하시길 바랄게요.


감사합니다. 또 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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