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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세벽 Mar 12. 2023

모든 게 다 개 덕분입니다

친구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어른들이

키우던 개를 잡아먹는 일이

종종 있었습니다


당시엔 개와 함께 산다는 건

상상도 못 한 일이었죠


개가 사람과 함께 목욕하고 

아파트 거실을 어슬렁거리며

간식 달라고 졸라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사람들이

너무 굶주리게 된다면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쩌면 키우던 개를 다시

잡아먹게 될지 모릅니다


제발 그런 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세상은, 우리는 너무 위태해서

언제  가난과 굶주림에 

빠지게 될지 모릅니다


가난과 굶주림은 미개함보다

 잔혹하지 않을까요?



아무튼 오늘 저녁

아내가 저희 집 개를 보고 그럽니다


친구야!

(저희 집 이름이 친구입니다.)

너는 나한테 뭘 해줄래

날마다 밥 챙겨  주고

물 떠다 바치고

똥 치워주고 놀아주고 

산책시켜 주고

때 되면 목욕시켜 주고

발톱 깎아주는데 

넌 나한테 뭘 해줄 건데

응응 하며 이뻐합니다



친구가 나한테 시를 가르쳐줘

옆에 있던 가 대신 대답합니다


저녁 산책은 제가 시키는데

산책을 하다 보면 친구가

저에게 시를 가르칩니


그걸 말로다 설명할 수 없어

어떻게라고 묻는

아내  얼굴을 가만히 보는데

문득 아내가 그럽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친구한테

날마다 받는 게 있어  


그게 뭔데!


행복! 친구를 돌보는 일이 때론 힘들지만

어쩐행복해져


생각해 보면

우리가 애써 농사를 짓는 것 같아도

사실은 농사가 삶을 짓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 같아도

세상이 우리를 살게 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우리가 개를 키우는 것 같아도

개가 우리를 키우고 있는 것도 같습니


모든 게 다 개 덕분입니다.




아래는 제가 좋아하는 브런치작가 이지속 님의 지인이 낸 책 야버즈(전춘화)입니다.


모든 온라인 서점에서 구매 가능한 훌륭한 책입니다.


사실 몇몇 작가님의 책을 어렵게? 주문했는데

책이 안 와 취소하거나

그쪽에서 자진 취소하는 경우도 있어

안타까웠는데 야버즈는 좀 달랐습니다.


주문 다음날 받았으니 벌써 일주일 전에 읽었습니다. 게을러서 이제 올리지만....


그날 기념으로 치킨도 한마리시켜  먹었습니다. ㅎ

안동소주도 한잔 하고요. 


45도짜리 독한 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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