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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06. 2022

2. 이름은 야옹

녀석은 그 이후로 매일 한두 번씩 찾아왔다.

간식 캔이 금방 다 떨어져서 새로 사야 했다.

우리가 만난 지 얼마 안 되어 나는 회사를 그만뒀고

자취방을 정리한 뒤 새로운 집을 알아보며 본가에서 지냈다.

녀석과 우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생긴 것이다.




대부분의 동물을 좋아하는 나는 고양이에 관해서도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는 지식이 몇 가지 있었다.

그중 하나가 귀 한쪽 끝이 잘려 있으면 중성화 수술이 완료된 상태라는 것.

녀석도 귀 한쪽 끝이 잘려 있었다.

나는 아빠에게 그 사실을 알려 줬다. 삼색 고양이는 거의 암컷이라는 것도.

약간 아쉽(?)게도 아빠가 제일 흥미로워한 사실은 그 두 가지가 아니었다. 바로 고양이가 풀을 뜯어 먹는다는 점이었다.

녀석은 우리 집 마당 혹은 현관에서 간식 캔을 얻어먹고 나면 밖으로 나가

늘 상주해 있는 차 근처 길목에 난 잡초를 가끔 뜯어 먹었다.

그런 얘기를 듣기는 했지만 실제로 보는 건 나도 처음이었다.

초록색 풀잎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녀석의 이름을 ‘야옹이’로 정한 건 한 달인가 두 달인가 지났던 때였다.

안방 에어컨을 틀어 놓고 작은 방에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는데

담배를 피우러 나갔던 아빠가 들어오면서 그랬다.

“얘 왔다.”

녀석이 왔다는 걸 알았지만 괜히 물었다.

“누구?”

“야옹이…….”

야옹이. 나는 아빠가 그렇게 귀여운 단어를 말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싶어 내심 놀랐다.

뭔가 머쓱했는지 작은 목소리로 얼버무리듯 말했지만 분명히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녀석을 야옹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아빠는 얘, 쟤, 걔 했지만 어느 날부터 야옹이 밥 떨어졌다, 하는 식으로 세뇌되어 가고 있었다.

야옹이는 뭐라 부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저 밥만 잘 내놓으면 잘 먹고 제 갈 길 가는 시크한 성격.

찾아오는 시간은 대중없고 짧았지만 그즈음 잔뜩 상처받고 너덜너덜했던 내 마음에 한 줄기 빛 같은 존재였다, 야옹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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