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해면 Jul 08. 2024

11. 간병인 (2)

2022/12/00


간병인은 쇼핑용 카트가 가득 찰 만큼 짐이 많았다. 전문 간병인으로 병원 안에서 쭉 생활하는 것 같았다. 카트를 끌고 온 간병인과 복도에서 만난 아빠와 나는 안내받은 병동 입구로 향했다. 병실 안까지 들어갈 수 있는 건 간병인뿐이었다. 엄마에게 제대로 인사도 못 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기에 당황스러웠다. 엄마는 병실 가장 안쪽에 배정되어 바깥에선 전혀 볼 수가 없었다. 고작 5분도 못 본 것이다. 간병인과 간호사가 병실 안에서 무어라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데스크에 있던 간호사가 이제 보호자분들은 나가 달라 에둘러 말했다.

“아줌마, 잘 부탁해요!”

내도록 말이 없던 아빠가 큰 목소리로 외쳤다.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돌려 복도로 나왔다. 막 병원을 나서려는데 간병인에게 전화가 왔다. 물티슈 등 물품이 부족할 것 같으니 새로 사다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산삼을 캐다 달랬어도 들어줬으리라.

부리나케 물품을 사다 전해 주려는데 다시 병동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병동 현관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를 지키는 보안 직원이 고개를 저었다. 물품은 간병인이 직접 나와 받아 가야 한다고 했다. 아빠도 나도 순간 울화가 나서 언성을 높였다.

“물품만 전해 준다고요!”

“코로나로 출입이 제한적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코로나, 코로나, 그놈의 코로나……. 엄마가 병원 생활을 하게 되면서 누구보다 코로나를 증오하게 되었다. 코로나만 아니었어도 지금 엄마 곁에 있었을 텐데. 쓰고 있는 마스크를 찢어발기고 싶었다.

보안 직원과 잠깐의 실랑이 끝에 별수 없이 간병인에게 전화해 나와 달라고 말했다. 병동 안에서 통하는 길이 여러 개라 좀 헤맨 듯 금방 만나지는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물품을 건네고 다시 한번 잘 부탁한다는 말을 남긴 채 아빠와 버스에 몸을 실었다.

역에서 지하철로 갈아타기 위해 기다리던 참이었다. 간병인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시오. 나 이 환자 못 봐요.”

청천벽력이었다.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간병인은 말도 말라는 듯 대꾸했다.

“아이고, 이 무슨. 환자 상태가 말도 아니네. 이렇다고 얘기했어야죠. 그럼 안 했지.”

내가 본 엄마는 절대로 심각하지 않았다. 애초에 그토록 위중했더라면 의사가 일반 병실로 옮기라고 지시하지 않았겠지. 의사가……. 그런데 내가 엄마 얼굴 말고 다른 곳을 봤던가? 눈앞이 어지러웠다.

“내는 이 환자 못 봐요. 돈 아무리 많이 줘도 안 보지.”

단호한 목소리가 건너왔다. 간신히 구한 간병인이었다.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당장은…… 다른 분을 구할 수가 없어서요. 며칠이라도 봐 주시면 안 될까요?”

“아휴……. 일당 15만 원으로 해요, 그럼. 15만 원이에요.”

원래 얘기했던 금액은 12만 원이었다. 나는 네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하면서 그저 굽신거렸다. 그동안 의사와 간호사에게 그랬던 것처럼.

아빠는 우선 3일 치 일당만 간병인 계좌로 송금하라고 했지만 일주일치를 계산해 보내 주었다. 언제 다시 간병인이 구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3일은 너무 짧다고 느꼈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졌을 때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 님 보호자분? 지금 빨리 병원으로 오세요.”


이전 11화 10. 간병인 (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