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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Jun 30. 2024

10. 간병인 (1)

2022/12/00


일반 병실로 옮겨도 되겠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 제일 먼저 한 일은 간병인을 구하는 것이었다. 내가 직접 하겠다는 말을 뱉어 보기도 전에 의사는 의욕만 가득 찬 내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한 듯 얘기했다.

“간병해 보신 적 없으시죠? 환자분이 일반 병실로 가시기는 하지만 전문 간병인이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 많아서 보호자분은 힘드세요.”

가래를 뽑고 기저귀를 갈고(특히 엄마는 설사가 정말 잦다고 했다) 시간마다 자세를 바꿔 주는 일을 해야 한다며 간병인 시설 연락처가 적힌 팸플릿 한 장을 건네줬다. 그걸 들고 병원 복도로 나왔다.

시설 연락처가 열 개 정도는 됐나. 전화할 때마다 지금은 간병인이 없다며 번번이 거절당해 마음이 조급해졌다. 거의 마지막쯤 적힌 시설에 전화했을 때 기적처럼 한 명이 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내일 오후부터 근무가 가능하다고. 그 얘길 다시 중환자실 간호사에게 전했다. 간병인과 함께 중환자실 앞에서 연락하면 엄마를 옮겨 주겠다고 했다.

다음 날, 아빠랑 같이 대학 병원으로 갔다. 일반 병실로 옮겨 갈 때 잠깐이긴 하지만 나랑 아빠 얼굴을 함께 보여 주면 엄마한테 손톱만큼이나마 힘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간병인은 2시까지 온다고 했지만 2시 반이 되어서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리 받은 연락처로 전화하니 먼저 보던 환자가 재활 병원으로 가는데 사설 구급차가 늦는다고 했다. 일이 끝나는 대로 연락 달라고 했지만 4시가 되어서도 전화가 오질 않았다. 다시 전화하니 밥을 먹고 금방 가겠다고 했다. 밥 먹는 것 가지고 뭐라고 할 수는 없어 또 기다렸다.

기나긴 기다림 끝에 간병인을 만났다. 엄마 또래처럼 보였고, 예상한 대로 조선족이었다(그전부터 조선족 간병인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접했던지라 사실 편견이 있었다). 중환자실에 연락을 넣고 엄마가 나오기 전까지 간단히 상태를 전했다. 간병인은 바로 전 환자를 돌보던 병실에 자기 짐이 그대로 있으니 가능하면 그쪽으로 배정해 달라고 하길 원했다. 병실 지정은 내가 관여할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기에 겉으로만 응하는 척했다.

간병인이 짐을 정리해야겠다고 그동안 지내던 병실로 자리를 떴을 때 엄마가 베드에 누운 채 나왔다. 마스크를 한 채였다. 기운이 없어 보이긴 했지만 눈빛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나았고 나랑 아빠를 알아봤다. 일반 병실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엄마가 나한테 무어라 말을 건넸지만 마스크 때문에 정확히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자리를 뜬 간병인에게 신경이 쏠려 있기도 했다. 또 언제 얼굴을 볼 수 있을지 모르는(코로나로 일반 병실 또한 면회는 금지였다) 엄마한테는 정작 집중하지 않았던 거다. 잘 안 들리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되물었어야 했다. 그게 엄마가 나한테 한 마지막 말이었는데. 그 한마디를 그렇게 흘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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