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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면 Aug 09. 2022

4. 아빠와 야옹이

현관에서 밥을 먹던 야옹이가 우리 집 안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을 때

내가 했던 첫마디는 “들어오면 안 돼”였다.

아빠가 싫어하리라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아빠는 곧바로 정정했다.

“들어와도 돼.”




아주 어렸을 때부터 반려동물을 기르고 싶었던 나는 자주 아빠를 조르곤 했다.

같이 길을 걷다 떠돌이 개라도 만나면 집에 데려가자고 난리를 쳤다.

하지만 아빠는 매번 단호하게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예뻐할 줄만 알지 배변 활동, 목욕 등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거란 이유를 대면서.

내가 강하게 부정하면 아빠는 카운터를 날렸다.

“지 방 청소도 안 하는 애가 퍽이나 잘 돌보겠다.”

……도저히 반박할 수 없는 말이어서 매번 케이오되었다.

현실적인 이유와 사실적 근거도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아빠는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는 매정한 사람이라 여겼던 것 같다.


야옹이를 만나고 그것이 오랜 오해였단 걸 알게 되었다.

아빠는 야옹이에게 꽤 호의적이었다.

나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는 사람이나 동물에게

처음부터 적대적인 것도 이상하긴 하다.

게다가 야옹이는 작고 귀여우니까. 첫눈에 반한 건 아닐까?

몇 번이고 밥을 주면서 야옹이가 집에 찾아오는 횟수도 늘고

머무는 시간도 조금씩 길어졌지만 아빠는 단 한 번도 불평한 적이 없었다.

그저 티비 거실장 위나 부엌 식탁 위에 올라가면 내려오라 타이르고

내려오면 옳지, 착하다 칭찬해 주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 보이거나 밥을 적게 먹으면 걱정했다.

아무리 더운 날에도 야옹이가 들어오면 다칠 수도 있다며 선풍기를 끄기도 한다.


“우리도 개나 고양이 한 마리 데려올까?”

그러던 어느 날엔가 아빠 입에서 평생 들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말이 나왔다.

로또 1등 당첨됐다는 말보다 놀라웠다.

술을 마신 상태여서 농담 반 진심 반이었겠지만.

나는 좀 복잡한 심정으로, 그러나 내 어린 시절 그때의 아빠처럼

단호하고도 분명하게 ‘안 된다’고 말했다.

이유는 수백 가지도 넘지만 또 하나뿐이기도 하다.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어렵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그걸 혼자 살아 보면서 깨쳤다.

스스로를 하루 동안 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것도 벅찬 나와 아빠에겐 가당찮은 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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