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 e a dan Jan 22. 2023

어두웠던 과거를 보여준다는 건

베이식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중3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작년 쇼미더머니 10 곡 중 하나인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를 잠시 들어보려고 해. 이 곡을 소개하기 위해서가 아니고 살짝 어두웠던 쌤의 과거를 공유하기 위해서야. 멋있는 모습, 잘난 모습 보여줘도 부족한데 나의 어두웠던 시절을 보여준다는 건 그만큼 너희를 아낀다는 말이지. 너희는 선생님과 같은 시절을 보내지 말라고, 미리 알려주는 거랄까.

  이 곡 가사에 “환호와 박수 소리를 들을 때 떠나야 할 것 같지 왜. 지금 떠나서 아름다운 기억으로만 간직해. 다들 꿈이란 건 이루지 못한 채 꾸고만 사는데. It’s OK. 괜찮아. 난 맛이라도 봤잖아. 다시 현실로 돌아가. 그래 취직하고 잘 살아. 잘 잊혀지고 있잖아. 그런데 자꾸 왜 난 또 가사를 끄적이는 걸까.”라는 부분이 있어. 이 가사와 딱 맞아떨어지는 선생님의 이야기 들려줄게. 지금부터 할 얘기는 잘난 척이 아니야. 뒤에 나올, 선생님이 마주한 암울했던 시기를 더 참담하게 하는 도구일 뿐. 그러니 재수 없다고 생각 말고 들어주렴. 

  안쓰러울 만큼 열심히 공부했던 고3 때 쌤은 결국 꿈에 그리던 대학에 합격해. 주변에서 나만큼 대학을 잘 간 사람이 없어서, 이땐 내가 뭔가 대단한 사람이 될 것 같았어. 그리고 대학 생활 4년 동안 한 번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았어. 내가 원하던 그 학교가 나를 장학생으로 인정해 주는데, 난 진짜 천재 작곡가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지. 그리고 선생님 전공이었던 작곡과뿐만 아니라 성악과, 한국음악과, 관현악과 등을 포함한 음악대학 전체 수석으로 졸업하게 돼. 교수님들이 300명 중 최고라고 인정해 줬는데. 그땐 정말, 조만간 내 곡이 세상에 찬란히 울려 퍼질 것만 같았어. 또 음악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임용시험을 준비했고, 다행일지불행일지 한 번에 합격했지. 자기 일인 것처럼 축하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정말 난 꽤 멋있는 사람이 될 줄 알았어.

  이제부터 얘기는 시작돼. 최대한 어른처럼 옷을 입고 중학교로 출근을 하던 그때의 쌤은 새벽 5시에 일어나 6시부터 8시 30분까지는 전철, 고속버스, 택시를 타고 출근하기 시작해. 두 시간 반 뒤 도착한 학교에서 9시간 동안 일을 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 어떻게? 아까 온 그 반대로. 택시, 고속버스, 전철을 타고 세 시간 걸려 집에 도착해. 그리고 대충 밥 먹고 씻고 뭐 했을까? 잤을까? 아니지, 다음 수업 준비해야지.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45분 수업을 준비하기 위해 45분 이상의 시간을 쓰셔. 어떻게 설명해야 너희에게 더 잘 전달될까 고민하면서. 이런 생활은 대학 입학부터 졸업까지 가졌던 ‘나름 대단한 작곡가, 음악가가 될 것’이라 생각했던 그 믿음을 한 번에 깨트렸고 쌤을 깊은 우울과 절망에 빠트렸지. 얼마나 어두웠던 시절이었는지는 말하지 않을게. 살짝 불쌍하기도 했던 20대의 나를 지켜주기 위해서야. 그렇게 ‘지난 영광과 행복이 나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기 위한 수단이었나’ 생각하던 찰나 아까 소개한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라는 곡을 접하게 돼. 아까 보여준 가사 있지? 거기서 쌤과 정말 똑같은 고민을 하는 그 가수의 이야기를 듣고 그 우울에서 벌떡 일어나게 됐어. ‘힘 내’라는 응원의 말보다 ‘나도 너처럼 아팠어’라는 말이 더 위로가 됐던 거지.

  음악을 전공한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음악의 힘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 음악의 힘을 일찍 알았더라면 쌤의 20대가 좀 더 씩씩했을 텐데. 아직 10대인 너희의 20대는 어둡지 않기를 바라며, 혹시 어둠이 찾아와도 스스로 조명을 켤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라며, 그 조명 중 하나는 음악이길 바라며 쌤의 이야기를 한 거야. 잘 공감이 안 가는 친구들을 위해 짧게 예를 들어볼게. 90점을 기대한 수학이 85점이 나와 망연자실할 때, “영어 95점 받았으니 쌤쌤~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사람과 “내 5점.. 흐앙!”하는 사람 중 누가 더 많을까? 쌤은 후자라고 생각해. 내 기대에 못 미친 점수를 받고 나서 점수 잘 나온 과목으로 위로받기보다 계속 잘 못 본 과목 생각에 우울한 게 보통이지. 그러니 너희 스스로를 위해서 그 슬픔에서 헤쳐 나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그 수단 중 제일은 뭐다? 음악이다! 혹시 고등학교 진학 후에 조금씩 어둠이 찾아오더라도 그 속에서 스스로 조명을 켤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그때 조명이 될 음악들을 하나 둘 모아 봐! 쌤처럼 늦지 말고!




https://youtu.be/XZ4UK31FpRw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