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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소방관 Jul 03. 2021

소방관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이유

Rescue와 Recovery

수많은 사고 현장을 다녀봤고 위험에도 처해봤고 죽을 뻔도 해봤다. 그중에서도 수난구조 현장은 인간의 활동 영역이 아닌 곳 즉 수상이나 수중의 환경이기에 그 위험이 다른 곳에 비해 높다고 하겠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하는 많은 방법이 있다. 그러한 방법을 통칭 SAR(search and Rescue)라고 하는데 수중에서는 Rescue가 힘들다는 것은 해본 사람들은 다 안다. 일단 숨이 붙어있다는 장담을 할 수 없고 구하러 들어가는 우리조차 심각한 위험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신속성을 요하는 Rescue의 개념이 수중 구조에서만큼은 적용하기가 여간해서는 쉽지 않다.


그래서 수중 구조에 있어서는 Rescue는 Recovery로 달리 불러야 한다. '구조'보다 '회수'또는 '인양'이라는 표현이 적당할 듯하다. 비록 산목숨을 구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나 죽었더라도 온전히 몸을 수습하는 것 역시 우리의 역할임을 알아야 하기에 리커버리의 중요성은 결코 작지 않다.


상황을 가정해 보자. 큰 선박이 깊은 바다나 강, 호수에 침몰했다면 그곳에 타고 있는 사람의 골든 타임은 결코 길지 않다. Rescue와 Rescovery는 동시에 진행된다. 구조가 곧 인양이고 인양이 곧 구조다. 살았다면 살려 나올 것이고 죽었더라도 온전히 데리고 나와야 한다.


그냥 데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구조와 인양의 과정은 2차 위험을 철저히 막아야 하며 산 사람이라면 심리적 안정까지 제공해야 한다. 수년 전 태국의 동굴 사고에서 구조된 어린아이들은 1차적으로 투입된 심리학자(또는 의사)의 케어부터 받았다고 한다. 결국 물속의 장소에서 물 밖의 안전한 곳까지의 이동 과정이 관건이다. 살았던 죽었던 말이다.

       

죽은 자의 몸이라도 함부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피는 멈추었고 몸은 굳었더라도 그들의 몸은 더 이상 다치지 않게 고스란히 가족의 품으로 가야 한다. 그러기에 죽은 자의 인양 역시 산 자의 구조와 달리 봐서는 안된다. 이미 외국의 구조 다이버들은 사체 인양을 상당히 신중하게 진행하고 있다.


그런 차원에서 진행된 이번 훈련은 중구본, 서울, 부산, 강원도의 구조 대원 13명이 모여 위와 같은 상황을 가정하고 리커버리 훈련을 진행했다. 강원도 강릉에 위치한 대형 난파선 '스텔라'호가 훈련 장소였다. 바닥 수심 30m에 수많은 격실이 있어 내부에 마네킹을 숨겨놓고 탐색하고 다시 인양하는 훈련의 최적화된 장소였다.


훈련의 성과는 컸다. 과거 수중동굴의 구조 대상자 리커버리를 위한 장비를 그대로 사용했다. 티타늄 들것과 4개의 푸르직 시스템 로프 그리고 사이드 마운트 BC를 장착했다. 상승에 필요한 부력을 확보하기 위해 40 큐빅 실린더를 별도로 달았다. 관건은 상승하며 생기는 부력과 트림을 어떻게 조절하는가였는데...


우선 한 팀이 마네킹을 감추었다. 나는 감추는 팀에 촬영을 담당했다. 이 팀은 내가 속한 부산 소속 구조 대원들이었다. 선수로 진입하여 내부 격실에 감추기로 사전 브리핑에 되었는데 이들은 더욱 어려운 격실을 선택했다. 선수 측 하부, 즉 수직으로 떨어지는 곳에 마네킹을 감춘 것이다. 이것은 마네킹을 찾아도 수평이동이 아닌 더 어려운 수직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리커버리를 하는 다이버들의 더 많은 기술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무사히 감추고(?) 별도의 내부 탐색 훈련을 한두 차례 한 뒤 상승! 뒤따라 온 강원도 팀은 과연 무사히 마네킹을 찾아서 안전히 상승할 것인가? 결과는 사진으로 확인!


지난 2018년 환선굴에서 동굴 사고 구조훈련도 그랬지만 119 구조 대원이 테크니컬 다이빙을 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바로 '구조'를 위해서다. 힘들고 귀찮은 이 고난도 작업을 수도 없이 연습하는 이유도 그렇다. 물속이 주는 몽환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것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잠수기술의 습득은 목적(타깃)이 있을 때 발전한다. 현재 119의 잠수기술은 그렇게 꾸준히 발전하고 있고, 이번 훈련의 그 과정의 일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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