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lice Jun 15. 2022

나를 알아간다는 것

낮선곳에서 나를 마주하기

어렸을 때는 참 자신감이 넘쳤다.

뭐든 될 수 있을 거라 믿었고, 그럴 능력도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누구 하나 태클 걸지 않고 우쭈쭈 해주는 어른들을 믿었건만, 시간이 지나면 그 믿음이 거짓이었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너무 힘들 때는, 그냥 어디로든 훌쩍 떠나고 싶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여행은 그래서 필요하고, 일상 속에서 항상 꿈꾸고 간절하다.

나를 알아가기 위해 떠난 여행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새로운 것에 부딪치는 과정이 처음에는 낯설고 겁도 나지만, 인간이란 게 적응의 동물이라 어느새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계획적인 여행보다 순간의 즉흥적인 낯선 여행을 좋아한다. 일상을 살다 보면 미친 듯이 뛰쳐나가고 싶을 때, 삶에 허기가 질 때가 여행이 가장 간절한 순간이다.

나의 유럽여행이 그랬다. 미국에서 혼자 감당하기 지쳤던 시간에, 나는 무얼 위해서 이 땅에 온 것일까, 내가 바랬던 삶이 무엇이었나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지난 시간들은 어쩌면 무조건적인 회피였을까 아니면 도전이었을까에 대한 의문이었다. 아마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내 지난날을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어느 정도 홀가분한 여행 후, 조금의 짐을 내려놓았지만, 한국에 귀국 후에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어쩌면 더 지옥 같은 직장인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전의 삶과 이후의 삶에 대한 고찰은 그래도 변하지 않은 현실을 묵묵히 버텨 줄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그렇게 또 다시 10년을 일했고, 지금의 나는, 또 다른 도전을 위해 잠시 한 발짝 물러서기로 했다.


그때의 여행의 교훈은, 꼭 여행만이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단지 낯선 환경에 홀로 놓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시간과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건 사실이지만, 여행만이 답이 아닌걸 그 이후 일 년에 한 번씩은 갔던 여행에서도 많이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나를 알아간다는 건 참으로 어려운 인생의 숙제이고, 어쩌면 영원히 모를지도 모르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세상을 사는 방식이 하나만은 아니라는 건 여행에서 분명히 배웠다.


그리고 오늘, 별 볼 일 없는 하루도 새로운 도전을 위한 작은 디딤돌이 될지도 모르겠다.

작가의 이전글 방황의 끝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