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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lice Jun 22. 2022

여행도, 인생도 미지수

마음 가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서른 전까지는 무엇을 하겠다고 하는 계획이 명확했고, 그대로 실천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서른 날의 여행 이후로 하루의 삶을 충실하게 사는, 무계획의 인생으로 돌아섰다.

아무리 철저한 계획을 세운다 한들, 인생은 절대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여행을 통해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애미 여행 때의 일이다. 게스트 하우스를 예약했는데, 여자 방이 없다며 느닷없이 혼숙을 하란다. 쿨하게 키를 들고 남녀공용 6인실에 들어갔는데, 다행히 나 혼자여서 처음에는 안도했는데, 하나둘씩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그 방은 나 포함 여자 3명, 남자 3명이 묵게 되었다. 여자 두 명 일행, 혼자 여행 온 남자 한 명, 나보다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 친구 두 명. 모두 호주 사람들이었는데, 혼자 한국인인 내가 안쓰러웠는지 그날 저녁 어쩌다 보니 그 친구들 틈에 껴서 놀게 되었다. 이런저런 대화하다 컬처쇼크를 겪기도 하고, 찝쩍거리는 다른 외국인 남자들을 쫓아주기도 하고. 그 다섯 친구들은 서로 친해지면서 퇴실할 때까지 나를 참 많이 챙겨주었다. 그래서인지 가장 기억에 남는 게스트하우스 이기도 하다.


마지막 날은 투어에 참가했는데, 투어를 하고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고 이동하려고 했는데 차를 타고 가다 보니 이상한 오지 같은 데로 가길래 혼자 너무 놀래서 앞에 있는 커플에게 어디 가냐고 물어보았다. 엉뚱하게도 내가 타고 있던 버스는 숙소가 아닌, 다른 옵션인 악어 투어를 하러 가는 버스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 시간 넘게 달렸고, 이미 알아버릴 때는 너무 멀리 와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물어본 커플은 마침 악어 투어가 10만 원이 넘는 비싼 투어이니, 그냥 자기 커플 일행처럼 속이고 조용히 따라가자고 했다. 덕분에 계획에 없는 악어를 실컷 보다 왔고,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다른 게스트하우스로 갔는데 내가 묵던 게스트하우스가 그 근처에서 얼마 멀지 않아 문제없이 숙소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때 알았다. 여행처럼 사는 것도 절대 내가 완벽히 계획한다고 해도 여기저기 수많은 변수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우연이 인연을 만들고 좀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는 여행도, 사는 것도 철저한 계획보다는 직감에 의존하여 계획 없이 움직이기도 하고 길을 잃어도 당황하지 않게 되었다.  


지금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앞뒤 돌아보지 않고 한 번쯤은 혼자 계획 없이 무작정 떠나보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에는 세상에 내던져진 느낌이 들지라도, 생각보다 길은 많고 다양한 삶을 살아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기억들이 차곡차곡 쌓이게 되면 좀 더 풍성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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