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얼마 전,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가 하늘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이미 그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두려워하고 있었기에 그 상황이 갑작스럽게 느껴지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상황을 버텨내기엔 하고 있던 마음의 준비가 충분하진 못했던 것 같다.
슬픔에 울부짖고 괴로워하기보단 그저 머릿속이 멍했다. 슬픔은 마음속에 내리는 비와 같다. 폭풍우처럼 큰 슬픔이 몰아닥쳐 마음속을 휘젓고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많은 양의 슬픔이 홍수처럼 마음속에 가득 차게 되면 사람은 무의식 중에 마음과의 연결을 끊어버리나 보다. 그 믿기지 않는, 현실이 아니었으면 하는 상황들 속에서 나는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흘리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조금씩 눈물을 흘려보내다 보면 폭풍우로 홍수가 나버린 마음속에서도 슬픔이 흘러 나가기 시작하는 걸까.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그래도 조금씩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잘해주지 못했음에 대한 죄책감, 나를 두고 그가 먼저 떠날 수밖에 없다는 세상의 순리에 대한 야속함, 더 이상 그와 함께할 수 없다는 절망감들을 꾸역꾸역 눈물과 함께 흘려보냈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마음속의 홍수는 조금씩 그 깊이가 얕아져 어느 날은 걸어 다닐 수는 있는 무릎 정도의 깊이였다가, 어느 날은 여전히 축축해도 크게 나를 휘어잡지 않는 발목 정도의 높이가 되기도 했다.
그렇게 얕아지고 얕아지다 보면 이내 마음 한 편에 자리 잡은 연못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슬픔이 연못이 되면, 문득 떠오르면 찾아가 다시 한번 내가 사랑했던 존재를 그리워할 수 있는 마음의 공간이 되겠지. 너무 소중해서 내 삶에서 상실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슬프던 그 존재가 그리움으로 내 마음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아직은 슬픔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지만, 분명 이 시간들이 지나가면 우리가 함께한 행복했던 시간들을 담담히 들여다보며 그리워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