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R(Objectives and Key Result)이 뜨거운 화두다. 구글, 에어비앤비를 비롯한 혁신기업의 성과관리 툴이라는 것이 알려지고, 존 도어가 펴낸 책까지 출간되면서 OKR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인사담당자는 OKR이 무엇이고, 어떻게 도입해야 하는지를 고민할 뿐 아니라 관련 정보, 기업 활용 사례, 나아가 OKR에 필요한 템플릿과 시스템을 찾기에 분주해졌다.
그 원인을 찾자면 리더와 인사담당이 고민하는 성과관리에 대한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시기였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성과관리(Performance Management)라는 개념은 조직이 생겨나면서부터 시작된 고민이다. 목적을 가진 조직이 생기고, 그 안에 사람들이 모이면 그들 나름대로 각자가 해야 할 일과 기대 성과물이 정해진다. 누구는 이를 제시간에 멋들어지게 해내는가 하면, 또 어떤 이는 기대에 못 미치는 수준의 결과물을 만든다. 시간과 돈을 비롯해 임무 수행에 들어가는 자원도 뜨거운 감자다. A라는 사람은 최소의 자원으로 예상치 못한 성과를 만들기도 하고, B라는 직원은 한참이 걸려도 결국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에 성과관리는 일과 자원, 조직과 사람을 분리해서는 생각할 수 없다. 사실 이 간단한 명제와 본질을 간과하면 결국 원하는 바를 얻기 어렵다. 조직은 결국 사람과 일의 합일뿐 아니라, 보유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단위 개체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일」 그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그저 시간 개념으로만 보더라도 그렇다. 볼트와 너트를 조립하던 생산라인의 일들은 로봇으로 대체되며 아예 사라져버리기 시작했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엑셀과 사투를 벌여 5시간이 걸리던 리포트들이 이제는 버튼 하나로 생성되는 세상이다. 일은 끊임없이 변하고, 기술과 환경의 발전은 「성과」의 모습도 송두리째 바꾸었다.
미래 일과 조직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으로 미루겠다.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조직의 리더가 어떻게 조직과 개인의 성과를 관리하는지에 대한 글로벌 선진사들의 트렌드를 조망해보려고 한다. 이 역시 일의 변화에 따라 엄청나게 큰 변화를 맞닥뜨리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기재나 방법론이 되는 MBO, KPI, 나아가 OKR도 큰 트렌드 안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협력(Cooperation)과 협업(Collaboration)이 성과관리의 핵심 포인트가 되었다.
과도한 경쟁보다 조직 목표를 달성하고, 협력과 협업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 기업의 지속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등급화나 서열화를 통한 경쟁이 조직 총합의 관점에서 득이 될 것이 적다는 점도 한 몫했다. 실제로 지구 상에 가장 먼저 강제 배분 방식(Forced-Ranking)을 통해 성과를 만들었다 할 수 있는 GE, 전통 IT기업의 대명사 IBM 뿐 아니라 P&G, MS 등도 상대평가라 불리는 등급화를 과감하게 버렸다.
물론 이후 도입된 새로운 방식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일부(약 5~10%) 하위 배분만 남긴 회사도 있고, 또 일정 부분 최상위 성과자만 별도 구분하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이를 결정하는 데에는 기업의 규모와 철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절대다수를 이루는 일반 직원들(Mighty Middle)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최우수 인력들만을 관리하겠다는 철학을 가진 회사가 있는가 하면, 괜스레 그런 구분으로 위화감이나 동기부여 저하를 만들지 않겠다는 경영진과 구성원의 공유된 가치를 더욱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다.
두 번째는 등급과 프로세스가 간소화되고 있다.
이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이 중요해지는 최근 트렌드를 십분 반영한 결과다. 피평가자 수용성을 높이는 일은 성과관리의 핵심이었다.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평가결과와 실망스러운 면담으로 신음을 앓고 있었던 직원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나은 경험을 줄 수 있을까의 고민이 결국 평가의 등급과 프로세스를 더 가볍게 만드는 노력으로 구현되었다.
최근 대다수의 기업은 평가 등급을 3단계로 줄이고 있다. 기존에는 평균 5단계(S-A-B-C-D)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많았다. 3단계로 줄이며 이름도 바꾸기 시작했다. 1-2-3이나 A-B-C처럼 서열의 상하관계가 확실한 등급 표시보다는 Exceed Expectation(초과)-Meet Expectation(충족)-Need improvement(부족) 나 Exceed-Achieve-Expects more 같은 단어로 명확한 메시징과 더불어 불필요한 루저 만들기를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프로세스는 다양한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더 빠르고 간단하게 피드백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시스템 이야기가 나오는 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루겠다.
세 번째는 조직-개인 간 목표에 대한 Alignment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중요하다고 했지만, OKR 등의 프랙티스가 알려지며 다시 한번 재조명받고 있는 부분이다. 회사와 조직의 목표가 자연스럽게 Cascade Down 된다는 얘기는 많이 하지만, 현실은 누더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개인은 자기 팀의 정확한 목표나 업무 범위를 공유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고, 구성원 목표의 합이 팀장의 목표와 정확히 일치하지도 않았다. 그야말로 정렬(Alignment)되지 않은 목표로 각자가 사방으로 달려 나가는 모양새였다.
조직 전략과 목표 달성 관점에서 개인의 목표와 실행 계획이 수립되는 것을 최우선시하는 기업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5가지 우선순위를 명확히 제시하여 둘의 상호 연계성을 극대화하려는 P&G나 매년 OKR을 통해 회사-사업부-팀-개인의 Alignment를 높이는 구글이 원하는 것은 하나다.
네 번째는 투명성이 극도로 높아졌다.
사장이건 신입사원이건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공유한다. 알아야 맞춰서 행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굉장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 목표가 기업 비밀이나 보안에 이슈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공개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사내 구성원들에게 최고 수준의 투명성을 주면서도, 보안 관점에서 문제가 없는 사항을 스마트하게 찾아내야 한다.
Facebook, Apple, Tesla 등은 경영진뿐 아니라, 구성원 개개인의 목표도 언제든지 열람 가능하다. 그가 무엇을 달성하기 위해 존재하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협업도, 지향점도, Win-Win을 만들기도 용이할 것이라는 함의(Consensus)가 자리 잡은 것이다.
다섯 번째, 실시간 피드백과 코칭이 이루어진다.
마이크로 피드백, 리얼타임 피드백이라는 단어가 나온지도 수년이 지났다. 1:1을 기반으로 한 실시간 피드백이 기업과 리더에게 필수적 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대들의 선호도 한 몫했다. 일반적인 특성으로 다수를 일반화하여 관리하는 시대를 넘어 이제 각 개인이 가진 고충과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경청하고 반영해야 리더십이 제대로 서는 시대다. 뿐만 아니라 팀 리더의 관리 인원수도 10명 내외로 수렴하는 점도 눈에 띈다. 1:1 밀착관리를 통해 개인에 대해 보다 깊숙한 이해를 갖기에 적정한 숫자다.
여기에 다양한 지원 도구들도 제공되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에 요구하는 상시 면담 프로그램도 이런 행동 변화를 가속화시켰다. 어도비(Adobe)의 'Check-in'이라는 프로그램은 리더와 구성원이 수시로 소통하며 진척 관리뿐 아니라 목표도 지속적으로 수정한다. 어도비는 이 프로그램이 회사의 퇴직자를 30% 이상 감소시켰다고 확신한다 말했다.
여섯 번째는 동료 평가다.
한 명의 리더가 모든 구성원을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그 관점이 객관적이기도 어렵다. 또, 리더에게만 잘하는 사람이 왜곡된(?) 평가를 받기도 하고, 살갑지 않지만 성과가 좋은 구성원도 상당수 존재한다. 이런 여러 가지 약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글로벌 선진사들은 동료들의 평가를 적극적으로 청취한다. 협업 경험이 있는 동료가 가장 정확하고 현실적인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인터뷰한 구글러 중 다수는 본인을 날카롭게 꿰뚫어 보고, 개선 포인트를 정확하게 전달해주는 동료평가를 구글에서의 경험 중 가장 소중한 자산이라 여겼다. 우수한 동료와 그들의 정성 어린 코멘트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었다.
일곱 번째, 기술이 성과관리를 직접적으로 돕기 시작했다.
평가는 각 개개인의 정성, 정량 데이터가 집결하는 인사 프랙티스다. 물리적으로 데이터가 많을 뿐 아니라, 개인이 조직에서 보여준 행동과 성과물에 대한 결괏값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감히 인사 데이터 중 가장 중요한 데이터의 집합체가 평가결과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각종 기술이 접목되기 시작했다. 평가 프로세스를 간소화시키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App.) 뿐 아니라, 빅데이터, AI, 텍스트 마이닝을 통한 인사이트 도출 등 최근 핫하다는 기술이 모두 적용될 수 있는 기회의 땅이다. 이미 상당한 People Analytics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피드백의 트렌드를 분석해 개인의 향후 행동이나 퇴직을 예측하기도 하고, 다양한 인사 데이터들과 합쳐지며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GE나 IBM은 저마다의 이름을 걸고 간단 피드백 앱도 제공했다. 미팅이 끝나도, 간단한 협업 지원을 받아도, 1:1 대화를 마칠 때에도 피드백을 줄 수 있게 되었다. 몇 분이면 되고, 클릭 몇 번이면 끝난다. 이는 또 다른 데이터 자원이 되고 분석의 재료로 쌓여간다. 기술이 성과관리를 혁신하고 있다.
마지막은 매니저 권한 강화다.
내놓으라 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조직 관리 기제의 핵심으로 'Lead by Manager'를 외친다. 조직 관리의 전권을 단위 조직 리더에게 위임하고, 그들의 목소리에 힘을 주려는 의도다. 팀 내 평가 등급을 결정하고, 이와 연결된 각종 보상의 최종 의사결정권도 리더의 몫이다.
언뜻 그럴싸해보이는 이런 관리 방식은 준비된 리더의 양성과 선발이라는 거대한 숙제에 마주친다. 제대로 학습된 리더, 자신에게 부여된 권한을 적절하게 사용할 줄 아는 지식과 경험이 있는 리더를 양성하고 선발하는 일은 조직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게 하는 핵심이다.
E-Bay는 글로벌 모든 조직의 리더 전원을 Leader as Coach 프로그램에 입과시키고 수개월간의 집중 교육을 펼쳤다. IBM 역시 매니저 선발의 기준과 필수 교육을 운영하고, 여러 임원들의 인터뷰를 거쳐야만 매니저로 선발되는 허들을 가지고 있다. 준비되지 않은 리더의 위험한 운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다.
글을 마치며 위 8가지 트렌드에 발을 맞추는 것과 함께 성과관리를 실현하는 그 순간을 지켜볼 필요도 있겠다. 아무리 좋은 제도나 방법론을 들이대도 결국은 매니저와 구성원이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성과관리를 실현하는 모멘트기 때문이다. 자신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조직의 성과관리가 바뀌면 조직 그 자체가 바뀐다. 모든 구성원의 역량, 제도, 디지털 인프라가 모두 어우러져야 한다. 이 또한 조직 변화 관리기 때문이다.
긴 글이 되었지만, 성과관리라는 인사의 핵심 어젠다를 위해 고민하는 인사담당 및 리더들이 방향성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