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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an 15. 2018

조직을 망치는 작은 거짓말

새해를 맞이해 윤리 서약이 필요한 이유

  보통 사람들은 하루에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하며 살고 있을까? 캘리포니아 대 심리학과 제럴드 제리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에 대략 200여 번의 거짓말을 하고 있으며, 이는 평균 8분에 한번 꼴로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이런 일상적인 거짓말은 인종, 성별, 사회적 지위나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저지를 수 있으며, 특히 지극히 일반적인 사람들 뿐만 아니라, 좋은 학교를 졸업해 훌륭한 직장에 다니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 조차 이러한 작은 거짓말에 취약하다는 연구 결과가 눈길을 끈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꼭 나쁜 의도를 가지고 자기 자신만을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때로는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허용되는 것이고, 어떤 거짓말은 지탄을 받아야 하는 것일까?

  작은 거짓말, 사소한 부정은 각자가 생각하는 도덕적 기준이 특수한 상황에서 다르게 적용되면서 발생한다. 일단 한번 부정을 저지른 사람은 차츰 잘못에 무뎌지게 되고 갈수록 대담해지는 현상을 보인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마음과 ‘이왕 이렇게 된 거’라는 식의 사고가 그야말로 바늘도둑을 소도둑으로 만드는 것이다. 조직에서 사소한 부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작은 부정이 눈덩이처럼 커져 조직에 치명적인 상처를 주거나, 나아가 조직을 무너뜨리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런 사례를 여러 차례 경험했다. 폭스바겐, 우버 나아가 미국 사회를 발칵 뒤집히게 했던 십수 년 전 엔론 사태도 그 시작을 들여다보면 작은 거짓말, 사소한 부정으로 시작해 그 바이러스가 조직 전체에 퍼진 것 이리라.


  글로벌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Integrity'를 그들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지정하고, 직원들에게 이를 상기시키기 위해 매년 수많은 시간을 직원 교육에 쏟아붓는다.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서명하는 윤리 서약서, 귀찮을 정도로 퀴즈를 쏟아내는 온라인 윤리 강의, 입사 이후 구경도 못한 윤리 강령(Code of Conduct, Code of Ethics) 뿐 아니라, 무슨 일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는 기업 윤리 최고 책임자(Chief Ethics Officer)까지...


  이런 노력들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답을 미리 말하자면 'Yes' 다. 

  모든 개개인은 자기 자신에게 관대하다. 나만은 '윤리' 같은 단어를 고민할 만큼 타락하거나 나약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인의 도덕적 신선도, 도덕적 스테미너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는 자기 성찰은 필수다. 집에서 필요해 무심코 집어 들고 온 커피믹스 몇 봉지, 볼펜 한 자루, A4지 몇 장을 우습게 보지 말자. 잘못을 운운하는 것이 아니다. ‘나 또한 잘못을 저지른다’ ‘나도 이성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어차피 이렇게 된 거’라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리 서약서, 사내 온라인 강의가 무의미해 보이겠지만, 그런 의식(Ritual)들은 '윤리'라는 단어를 상기시키고, 개개인의 도덕적 새 출발을 시작하게 해주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조직에서 개인은 학습하고 적응한다. 그 기업이 가진 윤리 수준은 개인의 윤리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이 윤리 강령을 만들고 이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이유는 조직 전체의 윤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윤리강령(Code of Conduct)이란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인 가치와 규범을 말한다. 모든 기업이 조직만의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지 않아도 지켜야 할 의무와 판단 기준을 세부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존슨엔 존슨의 윤리 강령인 ‘크레도’를 보면, 동료 직원들이 무단횡단만 하더라도 ‘이건 우리 크레도에 어긋나는 일이야!’라고 이야기할 정도라 한다.


  작은 거짓말이 불러오는 거대한 나비 효과로부터 소중한 조직, 숭고한 자신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한 새해, 새 출발의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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