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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an 22. 2018

나 자신을 모르는 채 성장이란 없다.

자기 계발, 그 시작점을 말하다.

  새해를 맞이해 저마다 계획들을 세운지도 벌써 3주가 지나가고 있다. 세 번째 주말을 맞이하며 주변에서 만난 많은 사람들로부터 저마다 수립해 놓은 새해 계획을 들을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그중 빠지지 않는 항목 중 하나가 바로 자기계발 영역이다. 누구는 영어를, 또 누군가는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고 강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얼마 전 알쓸신잡에서 유시민 작가님이 이런 말을 하더라. 지난 몇십 년 동안 우리 각자는 열심히 자기 계발을 통해 개인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경쟁에서 살아남았다고... 그런데 이제 자기계발 만으로 이렇게 빨리 바뀌는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취지에서의 코멘트였다.


  '내일 죽을 것처럼 살고, 영원히 살 것처럼 배우라' 고 했다(마하트마 간디). 무언가를 더 배우고, 습득하고, 강화하고자 하는 그 마인드는 존중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우리는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닐까? 새해 계획에 자기계발 항목이 없으면 불편하고 부끄러워 어떻게 서든 한 줄을 채워 넣고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필자는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면 내비게이션식 접근법을 사용해 본다.

  1. 목적지 입력 : 자기계발을 통해 무엇을 배우려 하고 있고, 그것이 개인의 삶에 어떤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면서 살아가야 하겠다는 생각은 상대적으로 쉽게 답할 수 있다. 그 동기 자체가 이 목적지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 현 위치 확인 : 사실 오늘 글을 쓰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 때문이다. 대학이나, 외부에서 강의를 하며 이 접근법을 소개할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은 오해를 하는 부분이 여기다. 즉, 목적지를 입력하면 경로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내비게이션이 알아서 본인 위치를 찾아주어 왔기에 사용자 입장에서는 놓칠 법도 하다. 자기가 어디 서있는지 모른 채 경로란 없다.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와 인식(Self Awareness)은 자기계발의 필수 전제 조건이다.


  3. 경로 수립 : 목적지와 현 위치가 확인되면 경로는 많다. 여기서도 자기 인식이 중요해진다. 본인에게 가장 적합한 길, 가장 빠른 길, 가장 험난한 길, 효과적인 길을 선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자기 인식(Self Awareness)은 어렵다. 알고 싶어도 잘 알아지지 않고, 누구에게 얘기를 좀 해달라고 해도 전부를 듣는 것은 불가능하다. 오죽하면 아래와 같은 모델(Johari Window)을 그려놓고 평생 나는 모르지만 남은 아는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고 했겠는가? 하지만 일단 자기 인식이 제대로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바뀐다. 가끔은 충격을 받기도 하고, 가끔은 바뀐 세상에 놀라기도 한다. 그래도 무엇보다 사람들은 자기의 위치를 알고 나면 목적지로 가기 위해 동기부여(Self Motivation)가 된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예가 어학원의 무료 레벨테스트가 아닐까 생각한다. 일단 낯선 외국인 앞에서 15분을 얘기하고 나면, 영어공부가 하고 싶어 지니 말이다.

Johari's Window

  최근 HBR은 자기인식과 관련한 아티클을 발표했는데, 자기인식이 높은 경영자가 MBA를 졸업한 경영자보다 훨씬 더 훌륭한 성과를 만들어 낸다는 글이다. (MBA가 필요 없다는 내용은 아니었으니 오해 말기 바란다.) 100% 동의한다. 자기인식을 위해 자신이 서 있는 환경을 이해하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Feedback)를 열심히 듣고, 내가 나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Self Assessment)은 비단 경영을 하고 자기계발을 할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닐 것이다.

 

  종종 대학생들을 만나면 항상 받게 되는 질문이 있다. '취업의 비법'을 말하란다. 그때마다 나는 우선 홀로 방문 닫고 들어가 본인의 목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해준다. 사실 우리들은 자기가 진짜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본 기회가 많지 않다. 헬리콥터 맘이 학원 셔틀을 해주었고, 대학을 가기 위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공부했다. 하고 싶은 일을 묻기 전에 성적순으로 학교와 학과를 정했고, 대학에 오니 이제 다시 취업 준비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영어학원, 공무원학원이니 정작 자기 안에 소리를 들을 기회는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자기계발을 얘기해보자. 내 위치를 모른 채, 내 약점을 모른 채, 방향성을 잃은 채 공부하는 것은 사람을 지치게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시간이 계속될 것 아닌가? 필자가 정중히 부탁한다. 정말 하고 싶은 것, 꿈꾸는 미래를 명확히 정해라. 그리고 자기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라. 개인은 환경 속에 살 수밖에 없기에 이 환경이 어떤지 역시 자기 분석에 포함된다. 경로는 마지막 단계에서 할 이다.


  꼰대라는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신세를 한탄하거나 빠른 세월을 탓한다. 농담이 오가는 과정에서 들을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럴 때마다 잘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나는 어디에 서있고, 나를 둘러싼 환경은 어떠한지? 원인을 아는 꼰대와 모르는 꼰대는 격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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