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이번 앰버서더 미팅의 주제는 HR 커리어다. 인사 경력 3~5년 차의 앰버서더들에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인생 타픽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무슨 이야기가 그 고객들에게 더 효능감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돌아보니, 나 역시 직장생활 3년 차에 나름의 고민과 경력 개발의 막막함으로 혼자 끙끙 앓던 시간이 떠올랐다.
하지만,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와 깊이가 컸던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VUCA 시대라는 신조어가 나온 지 채 2~3년도 안돼, 요즘은 After Covid라는 말이 모든 경영환경을 뒤덮었다. 말뿐이 아니다. 일, 성과, 업무환경, 문제 해결 방식까지 어느 하나 가만히 우리를 기다려 주는 것이 없다. 이에 앰버서더들과 과감하게 Zoom-out 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었다. 인사 커리어를 바라보는 관점과 생각이 그 큰 숲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인사 조직과 업무를 뜯어보자.
사실 인사업무를 시작한 새내기들이 자신들의 커리어를 고민하면 대부분 기능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적 접근이라는 것은 지금 담당하는 업무는 채용이니, 다음에는 교육을, 그다음에는 보상을, 언젠가는 평가와 인력운영을 해보며 Generalist로 성장해야지 라는 기능 경험 중심의 커리어 개발을 말한다.
조직이 크고 한 기능만으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면 이렇듯 여러 기능을 교차해 경험과 경력을 쌓아가야 하는 고민이 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조직이 많지도 않을뿐더러, 인사 업무라는 것이 워낙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어 종합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보니 다양한 업무 경험이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여기서 잠깐, 우리의 조직과 기능에 대해 생각해 보면 좋겠다. 대부분의 인사 조직이 인사기획(전략), 인력운영, 평가보상, 교육 및 조직문화 등 크게 4~5개의 팀 또는 파트로 나누어져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 공급자 중심적이라는 생각이다. 고객(직원) 입장에서 바라보자면 누가 평가를 담당하고, 누가 복리후생을 담당하는지 일일이 이를 체크하고 연락해야 하는 구조일 뿐 아니라, 인사 관련 문제가 생겼을 때 기능이 나누어져 있으니 계속해서 다른 파트나 팀과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개별 기능이 분리되어 있으니 각각 정보나 의사결정 체계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도 많고, 서로가 중요시하는 부분이나 같은 사안을 해석하는 관점도 일부 차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차이를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도 의미가 있긴 하지만 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며 종합적 사고를 기르는 경험, 인간의 이해도를 높여가는 과정, 정무적 감각과 이해관계자들의 역학 관계를 파악해 보다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여 기필코 뜻한 바를 실행하는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거나 한참의 시간을 보내야만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외국계 기업의 HRBP(HR Business Partner) 역할도 그렇다. 일단 개별 Function을 충분히 경험하고, 해당 사업부나 부문의 이슈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나서야 BP의 기회가 온다. 주니어 입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지만, 좀처럼 그 기회를 잡기 어렵거나 다양한 직무 경험의 기회가 오지 못할 때 오는 조급함이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제 HRM과 HRD가 마구 섞이며 조직의 변화를 이끌고 최고의 인사서비스를 구축하는 시대가 온다. NPS(Net Promoters Score)나 Employee Experience를 고민하는 회사가 많아지면서 인사업무는 보다 창의적인 영역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HR 커리어에 대한 고민 역시 창의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말이다.
2. 미래 일과 성과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이번 모임 前, 두 가지 Article을 읽고 만나도록 했다. 하나는 'Next Decade of Work'이라는 리포트이고, 나머지 하나는 얼마 전 HBR에서 발간한 '21 HR jobs of the future' 다. 우리가 지금 몸담고 있는 조직 안에서 일과 성과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 후에도 이 방식으로 성과가 만들어 질지에 대한 고민도 필수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회사만 하더라도, 단순히 식품 산업, BIO 산업의 특성과 업무 방식,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 핵심 Value Chain에 대한 고민이 최근에도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또 한 Value chain 안에서도 힘을 주어야 할 곳과 빼야 할 곳, 미래 핵심으로 여겨지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순식간에 바뀌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이 대표적이다. 마케팅도 그 콘셉트와 기능이 확연히 바뀌어가고 있다. 예전 ATL, BTL을 가지고 얘기하던 마케팅 채널의 구분은 이제 온라인과 디지털에 모두 압도당했다. 마케터의 채용도 이제는 디지털을 조금이라도 경험한 사람을 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업무 방식도 마찬가지다. 재택과 원격 근로는 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작은 스타트업의 온라인 커머스 실력을 세계 최고의 기업들이 벤치마킹하러 오는 사례가 있었다. 단 5명이 동그랗게 모여 앉아 수천 개의 SKU를 온라인에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핸들링하는 창의적인 업무 처리 방식이 입소문을 타고난 뒤였다.
특히 HBR 아티클을 보면 인간과 기계를 매치해 주는 역할(Human-Machine Teaming Manager)이라던지, 챗봇과의 협업을 Facilitation 하는 자리(Chatbot and Human Facilitator)가 생기는 등 지금의 전통적인 인사 기능적 접근에서 벗어나 Outthink 하는 노력이 필요함을 절실하게 말하고 있다. –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유한다
인사는 결국 사람이 과제를 해결해 성과를 만드는 최적의 제도와 환경, 문화를 구축하는 일인데, 이 영역의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 일이 되어가는 메커니즘, 성과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해 없는 성장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3. 압축 학습은 기본!
사실 인사를 하는 주니어들에게 학습이라는 명제를 들이대면 아주 전형적으로 이야기하는 것들이 바로 노무사, PHR, SCP 같은 자격증이다. 물론 이 역시 본인의 성정과 선호에 따라 선택의 여지가 달라지지만, 지금도 인사 관련 자격증에 이 세 가지를 제외하고 딱히 손에 꼽을 만한 것이 없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각기 장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이 자격증들이 여전히 대우를 받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그렇다면 인사 새내기가 학습을 할 수 있는 방법은 OJT와 업무 경험뿐일까. 그것도 아니면, 이런저런 인문학 책을 닥치는 대로 읽으면 도움이 될까? 인사 관련 잡지(그나마도 몇 종 안 되는)를 탐독하면 인사 실력이 올라간다 말할 수 있는가? 등의 질문에 그 누구도 ‘읽고 공부하면 좋지’라는 답 외에 뾰족한 방법론이나 절대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이 대신 필자가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인사가 다루는 변수가 인간인 만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학습을 비중 있게 파고들면 좋겠다는 답을 주고 싶다. 대표적인 학문이 심리학, 철학, 문학 정도가 아닐까. 사실 요즘은 유튜브나 온라인 학습 채널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을 뿐 아니라, Wikipedia를 탐색하며 하루 종일을 보내도 모자랄 만큼 연계 학습이 가능한 디지털 학습환경이 구축되어 있다.
조직과 인간 행동에 대한 연재를 계속하고 있는 아주대 김경일 교수가 연재하는 ‘CEO 심리학’이나 ‘조지선의 심리학 공간’은 필자가 즐겨보는 칼럼이다. 뿐만 아니라 요즘은 SNS 커뮤니티에도 HR 하는 사람들이 모여 보석 같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그 커뮤니티 안에서 오가는 자료들만 잘 소화하더라도 어마어마한 지식을 쌓을 수 있다. 유명 저널에는 HR 섹션이 빠지는 법이 없다. 최근 인사관리, 사람에 대한 동기부여, 적절한 제도와 문화의 구축이 고성과 조직을 만드는데 필수라는 인식에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HBR, McKinsey Quarterly 뿐 아니라, Bersin이나 CEB 리포트도 이제는 구글링을 통해 손쉽게 얻을 수 있다. Mercer 같은 컨설팅 사들의 보고서나, LinkedIn이 발간하는 정기 리포트도 깨알 같은 자료가 많으니 이런 부분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챙겨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압축 학습’이라 말했다. 일단 인사, 사람과 관련한 자료들을 정말로 압축하고 또 압축해 소화해야 한다. 큰 그림을 그려주고 가이드를 해주는 멘토도 필수다. 좋은 그릇의 기반을 갖추고 그 안에 어마어마한 양의 지식과 정보를 부어두는 것이 필수다. 그 위에 실전 경험과 현장에서의 시행착오가 버무려지고, 이를 악착같이 뜯어보고 분석하여 다음 대안을 고민하는 시간들이 반복되어야 한다.
일부가 컨설팅 경험을 묻는데, 컨설팅은 컨설팅 나름의 경험을 얻겠지만, 그들처럼 사고하고 학습하는 것이 핵심일 것이다. 문제점에 대한 바른 질문과 진단, 어마어마한 사례와 학습, 그리고 선진사에 대한 벤치마킹, 마침내 인고 끝에 제시하게 되는 솔루션의 발굴과 실행 가능성이 높은 대안. 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더라도, 이런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보는 노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Covid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SHRM, GPTW, ASD에 가장 많은 인사 인력을 파견하는 나라로 손꼽혔다. 하지만, 참여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대다수는 ‘우리와는 너무 달라’라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며 수도 없이 들었던 세션을 등 뒤로 하기도 했다.
이제 이 모든 해외 선진사의 사례나 주옥같은 콘텐츠들을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지금도 문화적인 차이, 제도적인 한계를 핑계로 그들의 이야기를 외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겉표면의 제도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핵심 속에 있는 철학을 들여다보기 위해, 본질에 접근하는 인사담당자가 필수적이다.
새내기 인사인들에게 큰 숲과 더불어 본질에 집중하라는 주문을 하고 싶은 부분이다. 일이 바뀌고, 성과를 내는 방식이 바뀌고, 경쟁환경과 업무 인프라가 바뀌는 지금 오늘 HR의 역할과 미래는 어떻게 될지를 고민하자. 또, HR이 끝까지 지키고 발전해 나가야 할 본질과 사람에 대한 이해에 집착하여 파고 또 파는 습성을 기른다면 그들의 커리어가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가능성이 높아지리라 확신한다.
인사기획팀장을 담당하는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기획은 어떻게 하는 거예요?, 기획력은 어떻게 기르나요? 기획은 언제 할 수 있을까요?’ 같은 질문이다. 각자 업무를 담당하는 자리에서 끝까지 고객 중심적으로 생각해 보자. 틀림없이 개선할 부분이 있을 것이고, 직원 경험 관점에서 반드시 업그레이드되어야 할 사항이 보일 것이다.
아무리 작은 변화라도 ‘시도하고, 실행하고, 성공해야 한다.’ 이게 반복되면 그것이 인사 기획이 되고, 인사의 발전이다. 또, 이 과정에서 개인의 발전이 계속된다. 우스갯소리긴 하지만 인사의 공격수로 거침없는 HR Transformation을 이끌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