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수를 확인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또 새로운 일상이 되어 버렸다. 야심 차게 세워두었던 매달 HR 앰배서더들과의 캐주얼한 주제로 '인사'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계획은 이번 달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다시 한번 그들과 랜선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주제는 요즘 핫해지고 있는 협업 툴과 디지털 인프라, 나아가 HR 시스템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기로 했다. 세명의 앰버서더는 김정민 님, 모상필 님, 양다운 님이다. 모두 인사전문가로 이런 디지털 협업 툴이나 시스템에 관련한 관심과 경험들이 있었다. 코로나 덕분(?)에 말이다. 이들과 함께 질문과 대답을 던지며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본다.
1. 일하는 방식이 변하고 있다고? 사실 전혀 못 따라오는 사람도 많다!
20년 1월, 전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로 만들어 놓은 코로나는 기업 일하는 방식의 일대 변화를 가져다주었다. 특히 국내 기업의 경우 재택근무나 원격 근로는 상당한 제약이 있었고, 직원들이 이를 실제로 활용하기란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말하는 '제약'에는 오만가지가 다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보안이라는 이름하에 외부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은 IT 환경은 재택근무라는 환경을 전혀 고려 안 하고 만들어진 체계이다 보니, 이를 뚫고 집에서 일한다는 것은 엄청난 결재와 승인의 벽을 넘어야만 가능했다.
또, 협업 상대들의 준비도(readiness)도 그러했다. 나만 익숙하다고 화상회의에 수시로 사람들을 부를 수 없었다. 특히 변변한 화상회의 툴이 없기도 했지만, 누구나 랩탑 앞에서 언제든 화상통화를 한다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코로나 이후 이런 것들은 정말이지 뉴 노멀이 되었다. 재택을 의무화하는 회사들도 늘어났을 뿐 아니라, 협업 툴도 빠르게 자리 잡았다. 팀즈(Teams), 줌(Zoom), 슬랙(Slack)을 비롯해 최근에는 카카오까지 협업 툴을 들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필자를 비롯해 앰버서더들이 속한 기업들도 이를 도입하는데 뒤쳐짐이 없었다.
실상은 어떤지 궁금했다. 언제나 변화는 어렵고 관성은 크다. 이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여전히 이런 변화가 낯설고 어려운 사람도 많다. 특히 이런저런 이유로 사무실에 마주 앉아 이야기하며 회의를 하는 것이 효율이 더 잘난다는 리더들도 있다. 또, 실제로 그렇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반면, 재택을 하며 업무 효율이 더 높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고, 더 많은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도 많지만, 분명한 건 여전히 이런 변화에 함께 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상대적으로 디지털, 모바일 리터러시(digital, mobile literacy)가 떨어지는 세대들은 이 변화가 싫다기보다는 익숙하지 않고 어렵게 느껴진다는 의견이 많다. 이게 당연한 사람 입장에선, 어떻게 이런 것까지 설명을 해주지?라고 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이 그들에게는 여전히 큰 벽처럼 느껴지고 있다는 점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
2. 경험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래! 직원 경험이 변화를 만드니까!
그렇지만, 일부를 버려두고는 이런 새로운 시스템에서 자유롭게 일하고 성과내기란 만만한 일이 아니다. 또한 신세대나 디지털 세대들 입장에서도 불편한 시스템들은 여전히 많다. 아니 이미 도입한 시스템들도 상당수 뜯어고쳐야 우리가 원하는 딱 그 모양으로 나올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래서 앰버서더와 필자가 찾은 이 변화에 모두를 함께 동참시킬 수 있는 답은 우리가 정말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제대로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 예는 수도 없이 많지만, 최근 줌(Zoom)이 대표 사례가 될 것 같다. 주밍(Zooming)한다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랩탑을 이용한 화상통화의 절대강자로 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에도 이런 화상 메신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스카이프, 페이스북 메신저, 구글의 행아웃, 애플 사용자들에게는 페이스타임이 있었고, 무엇보다 폴리컴으로 대표되는 비디오 콘퍼런스나 WEBEX도 필요할 때면 언제나 등판해 원거리 소통을 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은 뭘 해도 줌이 대세다.
그렇다. 경험이 그 모든 기술의 차이를 뛰어넘은 것이다. 페이스타임은 상대가 안드로이드폰을 쓴다면 무용지물이다. 스카이프는 계정을 뚫고 들어가기까지 복잡해 죽을 지경일 뿐 아니라, 폴리컴과 WEBEX도 이런저런 요청을 사용자에게 거리낌 없이 들이대곤 했다. 하지만 이제 링크 하나로 순식간에 얼굴을 보며 일하는 경험을 해본 사용자들은 그들에게 매달리지 않고, 한걸음에 줌으로 이사를 한다.
중요한 점은 시스템을 담당하는 사람이건, 인사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건, 직원 경험 나아가 고객 경험에 훨씬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필자는 이제 조직 변화를 말할 때 디지털 툴이나 인프라의 변화 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강요'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직원 입장에서 더 빨라지거나, 편해지거나, 효율적 이어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바꾸는 것도 귀찮고 힘들고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3. 그래서 진짜 원하는 게 뭔데? 끝까지 본질에 집중하자.
그래, 도대체 왜 우리는 이런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얘기를 하는 것일까? 사실은 기업이 원하는 부분을 채워줄 강력한 도구로 이런 것들이 눈앞에 보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요즘 가장 핫한 애자일(Agile)한 조직이라던지, 긱 워커(GIG Worker)의 활용이라던지, 스타트업 스피릿 같은 것들은 경쟁환경의 변화에 대응하고 생존과 성장을 위한 기업의 절대 명제처럼 되어가고 있지 않던가.
무엇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최근 뜨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나 실리콘밸리 IT 기업의 직원들이 멋들어지게 디지털 툴을 활용해 언제 어디서든 일하며 혁신을 만드는 껍질만을 공부해 여러가지 디지털 툴의 도입을 검토하는 회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본질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정말 원하는 민첩성(agility)이 디지털 툴로 채워질 것인지 말이다. 그저 글로벌 기업 벤치마킹을 하고 껍데기에 있는 프랙티스만을 복붙 하면 그들이 만들어내는 최고 혁신 성과가 저절로 나올 것이라 믿는 것인가. 그들이 왜 그런 제도와 환경, 인프라를 구축했는지 그 철학과 원류를 찾지 않고,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다면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는 못 볼 가능성이 높다.
뿐만 아니라, 우리 회사와 사람들의 준비도(readiness)도 중요한 요소다. 얼마 전 코로나로 사업장을 닫았던 모 기업에서는 임원들이 여전히 데스크톱을 사용하고 있어 재택 상황에서 그저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며 결재 승인으로 하루를 보냈다는 웃픈 사연도 있었다.
팀즈를 깔아줘도 한 달에 한 번도 들어와 보지 않는 사람도 허다하다. 채널에서는 수백 개의 코멘트가 오가는 동안에 한 번도 이를 리뷰할 생각 없이 그날의 업무를 마감하고 혼자만 아웃 데이트(out-dated)되는 사람이 한 트럭이라면, 우리는 왜 협업 툴을 깔기 위해 이 안간힘을 쓰는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결론에 다다른 것은 기업 디지털 변환(Digital Transformation)의 큰 청사진과 전략에 상당한 시간과 자원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시 강조하자면, 디지털 인프라의 구비 없이 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지만, 변화에 대한 전략과 인간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디지털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가져다줘도 변화는 소원하다.
4명의 인사 전문가들이 인간에 대한 공부와 더불어 회사 사람들의 준비도, 인프라와 변화 방향성을 고루 학습해야 한다며 이에 대한 방법론에 고민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결국 조직 변화관리의 선두에 서야 할 리더들과 그를 보좌하고 변화가 전략에 맞게 이루어지도록 조율하는 핵심이 우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