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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May 11. 2018

하는 것 없이 바쁘기만 한 조직

질문과 결정을 착각하는 리더들에게

  대부분의 조직이 일 년에 한 번씩 조직 건강도를 진단한다. PULSE 진단, 조직몰입도 진단, 조직 문화 진단 등 그 이름도 다양하고 이를 제공하는 진단 도구들도 입맛에 맞게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여러 기업의 조직 진단을 수행하면서 다양한 계층의 임직원들과 그룹 인터뷰들을 해보니 흥미로운 사항들을 발견했다. 상당수의 기업이 리더십팀의 일방적인 의사결정(Top Centered Decision Making)과 업무 비효율(Work Efficiency)에 골머리를 썩고 있으며, 그 이유나 현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리더들 간의 의사소통 방식, 의사결정 방식이 조직 효율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질문을 질문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팀 내 의사결정과 동의(Alignment)의 개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그야말로 전체 조직원이 고생을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보자. 임원회의를 들여다보면 그 기업의 일하는 방식이 보인다. 우선 한 임원이 준비한 자료를 발표한다고 가정해보자.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주제들을 전달하자 사장이 질문을 한다. "그럼 A는 어떻게 되고 있지?, B도 고민해 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얘기하고 여러 가지 대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 조직의 의견을 얘기하며 사장과 또는 그 윗사람과 얼마든지 논의를 하는 경우가 당신의 조직에는 얼마나 있나? 대부분 이런 경우에는 회의에 참석한 참석자, 사장뿐 아니라 타 부서 임원 간 이야기가 오가며 A안과 B안에 대한 장단점, 현 상황에서의 가치, 위험과 기회 등이 자연스럽게 논의되고 일정 부분 가시적인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결론이 나지 않더라도 말이다.

  

  두 번째 상황이자 대부분 발생하는 상황은 발표를 준비한 임원이 A와 B에 대해 면밀히 검토 후 다시 보고를 하겠다고 한다. 회의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사장님은 질문을 했고, 임원은 준비를 다시 해 오기로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원이 돌아와 A와 B에 대한 모든 것들을 준비하라고 지시하고, 사장님의 표정과 뉘앙스가 B가 더 좋다고 느꼈다는 착각 아닌 착각이 조직을 거대한 비효율에 빠뜨린다. 

  이 경우 그 어떤 것도 결론이 나지 않고 논의가 끝났다. 그런데 이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 못한 부서원들의 경우 일부는 B로 결정이 났다고 알고 있는 경우도 태반이다. 실컷 준비한 것이 B로 바뀌었으며, 그 이유는 사장님이 결정을 했기 때문이라고 인식하는 경우다. 


  그 누구도 결정하지 않았지만 절대다수는 최고경영진이 잘 알지도 못하는 사안에 대해 일방적으로 결정했다고 느낀다. 또 자신의 임원은 사장님 앞에서 설명과 주장을 못하는 리더로 전락해 있다. 전문성을 의심받는 것이다. 


  또, 합의에 의해서 결정되지 않은 상황은 협업(Collaboration)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각자가 이해한 대로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데, 방향이나 순서가 안 맞는 경우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의사 결정자들이 업무를 해나가는 그라운드 룰과 범위를 정확히 정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계에서는 항상 갈등이 상존한다. 평소 수완과 관계가 좋은 직원은 몇 시간이 걸려도 일을 해내지만, 반대의 경우는 하루 종일 해도 결국 해결을 못한다. 대리급 사원들에게 업무 고충의 원인을 물으면 전체의 64%가 프로세스와 R&R을 꼽았다. 


  리더들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한 이유는 방향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협업 없이 가능한 일이 없기에, 옳음 방향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그 시작은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치열한 토론이 아니라면 적어도 본인이 준비한 자료와 생각을 잘 전달하고, 질문과 결정을 구분해야 한다. 질문에는 답을 하면 되고, 그 질문을 통해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결정하도록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야 하는 것이다. 


  사장은 신(神)이 아니다. 차이가 있겠으나 대부분은 그런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원하지 않는다. 각자 전문성으로 그 영역의 최고 책임을 담당하고 있는 임원, 리더들이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 많아지고 제대로 결정해야 한다. 요즘 들어 부쩍 '정렬(Alignment)'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밟힌다.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고 모두가 그 방향을 위해 정렬하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는지에 대한 합의, 동의, 그리고 행동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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