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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un 29. 2018

자존심 vs. 인심

변화를 이끄는 당신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당신에게 '변화'란 어떤 의미인가? 사실 우리는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다소 식상하고 틀에 박힌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한 개인에게 변화란 때로는 엄청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숙제일 뿐 아니라, 한 조직에게 변화란 이룰 수 없는 이상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기술과 경쟁 환경의 변화가 어느 때 보다 빨라지고, 소비자와 경쟁자를 제대로 구분할 수 조차 없는 시대를 맞이하며 오늘날의 기업들은 또다시 '변화'를 말하기 시작했다. 재미있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말하는 변화의 지향점은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
  「민첩하고(Agility), 기업가 정신이 넘치며(Entrepreneurship) 원활한 협업(Collaboration)을 통한 혁신(innovation)을 만드는 기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만 조직 변화는 어렵다. 개인들의 합이 모여 조직을 이룬 그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한 개인을 변화시키는 것보다 몇 배는 힘들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미디어를 통해 작지만 눈부신 변화를 이끈 조직들, 기가 막힌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사례들을 접하곤 한다. 


  문득 '정말 변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라는 질문이 머릿속에 자리 잡았다. 특히 한 조직의 리더들 뿐 아니라 '기업문화팀', '가치혁신팀' 등 그 조직의 변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필살기로 갖추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필자는 운 좋게도 서너 차례의 큰 조직 변화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특히 50년, 100년이 넘는 기업이 변화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현장에서 수도 없는 실패를 거듭하며 배운 답은 바로 '자존심보다는 인심'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더나 인사조직들은 자신이 수립한 변화 방향에 대한 확신을 갖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충분한 경쟁사/선진사 벤치마킹과 수많은 문헌조사를 통해 온갖 좋은 사례들을 이 잡듯 검토했고, 여러 차례의 조직 진단 설문 및 그룹 인터뷰(Focus Group Interview) 등을 통해 조직에 필요한 변화 방향과 실행 계획(Action Plan)을 비교적 면밀하게 수립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변화를 주장하는 리더나 관련 조직의 구성원들은 자존심이 세진다. 마치 자신이 신대륙을 개척하는 콜럼버스 같은 착각에 빠질 뿐 아니라, 변화에 동참하지 않는 구성원들은 뒤쳐진 사람으로 착각하곤 한다. 


  진짜 조직 역량(Organizatinal Capability) 은 기획보다는 실행이다. 실제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리더/인사조직은 변화 선도 역량이 높다 할 수 없다. 실제로 멋들어지게 수립한 계획들을 현장에서는 귓둥으로도 듣지 않고, 그 어느 누구 하나 동의하지 않는 다면 이는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크다. 그리고 조직 변화는 그 자체가 성공 확률이 매우 낮은 게임 중 하나다. 변화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저항(Resistance)이 기본일 뿐 아니라, 집단이 함께할 때에는 그 효과가 배가되기 마련이기에 조직 저항은 개인 저항의 몇 십배에 달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따로 있었다. 바로 '인심'이다. 변화를 말하는 바로 그 사람. 리더, 혹은 인사팀, 조직문화팀, 가치혁신팀의 구성원들이 얼마나 조직의 인심을 얻고 있는가가 변화의 저항 레버를 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한 조직의 구성원들이  '아!, 저 사람은 적어도 우리를 위해 마음을 써주는 사람이지'라고 생각하는 '그'가 말하는 변화는 시작점 자체가 다르다.  


  예쁜 아이는 뭘 해도 예쁘고 미운 사람은 아무리 바른말을 해도 밉기 마련이다. 한 조직이 가진 전반적인 정서는 일정 부분 편향되기 마련이고, 조직 정치는 100% 제거할 수 없으며, 관계의 에누리는 항상 존재한다. 


  조직 문화에 따라 똑똑한 사람이 인심을 사기도 하고, 정이 많은 사람이 인심을 더 쉽게 얻기도 하며, 때로는 리액션과 공감을 잘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사회적 자산(Social Asset)으로 부르며 이런 사회적 자산이 많은 사람이 조직을 변화 주도자(Change Agent)에 유리하다는 연구결과는 수없이 많다. 그리고 사회적 자산을 쌓아 가기 위해선 무엇보다 진심과 진정성이 기본이다. 


  조직 변화는 모든 요소를 다 함께 고려하고 버무리는 종합예술 중 하나다. 우리는 이미 진정한 협상가(Negotiator)의 모습, 가시적인 변화의 모습을 최근 남북, 북미 관계를 통해 경험했다. 정말 원하는 것을 얻는 자가 승자가 아닌가.


  헛똑똑이의 저주에 빠지지 말자. 진짜 변화를 꿈꾼다면 명심해야 할 것은 하나다.

  변화를 실제로 이루어내야 하는 수많은 구성원들의 마음을 녹여라. 

  녹아야 열리고 열려야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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