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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un 21. 2018

'약속'은 얼마일까?

조직 내 '약속'된 플레이의 힘 

  월드컵이 한창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계속될 뿐 아니라, 때때로 전 세계 사람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장면들이 하루에도 몇 차례씩 연출된다. 특히 11명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패스와 재빠른 움직임, 이후 절묘한 타이밍에 터지는 기가 막힌 골은 관중들의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지난밤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약속된 플레이가 갖는 엄청난 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과연 조직 내에서 약속한 대로 행동하지 않아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조직은 세트플레이를 전제로 한다. 한 개인이 모든 밸류체인(Value chain)을 커버한다면 우리는 이를 조직이라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다수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자가 잘하는 영역들을 약속된 대로 수행해내야만 비로소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곳이 조직이다. 다시 질문해 본다. 약속된 플레이는 우리 조직의 목표 달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오늘은 약속된 플레이의 정반대인 돌발행동, 헛발질, 꼼수 등으로 표현되는 약속되지 않은 행동들이 조직에 미치는 여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 한 플레이어의 '착각'에서 시작된다. 동료들과 실컷 미팅을 마치고 그 결론이 어떻게 난 것인지 다르게 해석하면서 말이다. 결정(합의)과 협의를 착각하거나, 그저 아이디어를 제시한 것을 실행해야 한다고 믿는 경우다. 


  주로 누수가 발생하는 시작점은 정보관리다. 중요한 정보가 엉뚱한 상대방에게 절묘한(?) 시기에 흘러들어가는 일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자신이 조금 더 편하기 위해서도 있고, 궁금증이 많을 동료들을 위한다는 핑계도 있다. 특히 말이 많은 조직 내에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 자체를 못 견디는 사람들도 간혹 발견한다. 특히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필자에게 개인의 신상과 자리 이동에 대한 정보들이 미리 빠져나갈 때, 그 뒤처리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상상을 초월한다. 


  두 번째는 합의되지 않은 방향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다. 이해가 제대로 안 된 상태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도 있지만, 일부는 본인이 그저 하고 싶은 대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약속된 플레이를 위해 충분한 정보를 교환하지 않은 상태로 회의를 마치는 경우도 빈번하다. 사실 이는 현장에서 꽤 큰 대형사고로 나타난다. 이미 실행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잘못된 방향이지만 이미 돈과 자원들이 투입되기 시작했고, 도미노처럼 물려있는 연관 부서들과 협력업체들이 이미 기존의 약속과는 '다른 약속'을 한 상태로 일이 진행되는 중일 것이다.


  마지막은 타이밍이다. 모든 일은 때가 있게 마련이라는 옛말은 틀린 것이 없었다. 특히 정보의 비대칭성이 사라지고 소셜이 미디어를 압도하며, 변화는 그 속도를 가늠할 수도 없는 환경이다. 정보공유와 과업 수행이 적절함을 넘어 환상적인 타이밍에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기대했던 만큼의 결과는 절대로 거둘 수가 없다. 약속된 시점을 넘기는 일이 빈번하지만, 가끔은 너무 빠른 타이밍이 일을 그르치기도 한다.


  결국, 서로의 신뢰가 없어지는 상태가 최악이다. 일단 상대가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경우 일처리에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신뢰 상태일 때 보다 80% 이상의 자원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이를 말해준다. 서로를 감시하고, 예상치 못한 사고를 대비해야 하는 에너지가 더해질 뿐 아니라, 이를 수습하고 정상궤도(On track)로 돌리는 비용이 포함된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조직 피로도가 극에 달할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 실수와 약속을 혼돈해선 안 된다. 수많은 혁신기업들이 장려하고 있는 조직 내 실수(Mistake)와 이를 통한 깨달음(Lesson learned)은 약속된 플레이를 수행하지 않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약속은 곧장 돈과 시간으로 이어진다. 조직 내에서 우리가 그토록 많은 약속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라. 많은 리더들의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를 들여다보면 매출과 손익 지표들이 상당수다. 그런데 이 성과지표에 치명적인 임팩트를 주는 일들이 주로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들여다보는 경우는 드문 것 같다. 조직 내 신뢰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더들을 비롯한 전 구성원이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대기업 CEO의 경영방식이 화재가 된 적이 있다. 임원 회의 시간에는 입을 다물고 임원들의 이야기를 차분히 듣는다. 수많은 임원들은 중장기 전략을 비롯해 여러 가지 프로젝트들을 나름의 논리와 근거로 테이블 위에 꺼내 놓는다. 토론을 마치고 결정이 되면 CEO는 임원들이 약속한 날짜를 적어와 캘린더에 입력한다. 그리고 그날이 되면, 약속 이행 여부/계획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양보가 없다. 이 잡듯 물으며 임원으로서 왜 약속을 못 지켰는지를 묻고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함께 찾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약속은 곧장 돈과 시간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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