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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Aug 28. 2018

나영석 PD의 주 52시간.

워라밸과 탁월함 사이에서...

  필자는 TV를 즐겨보지는 않으나 간간히 빼놓지 않고 챙겨 보는 것이 있다면, '알쓸신잡'과 '꽃보다 할배' 정도라 하겠다. 특정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아달라. 얼마 전 종방한 꽃보다 할배의 유럽 여행기는 그 마지막 편에 알쓸신잡의 새로운 시즌 개막을 알렸다. TV를 보다 말고 '나영석 피디는 언제 쉬나?'라는 시답지 않은 생각이 들었다. 


  현재 그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전파를 타는 일정을 보면 가히 살인적이다. 앞에서 언급한 두 개의 프로그램 외에도 윤식당, 신서유기, 숲 속의 작은집, 삼시세끼 등 내놓으라 하는 인기 프로그램이 일 년 365일 쉴 새 없이 돌아간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해외나 지방에 상당 시간 머무르는 구성으로 이번 꽃할배는 유럽 여러 나라를 10일간 여행했고, 이를 편집해 3개월에 걸쳐 방송을 했다. 


  수 십 명의 팀원/동료들과 치밀하게 준비해 유럽 곳곳을 촬영하기 위해 그는 분명 10일만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 역시 10일보다는 훨씬 많은 시간을 해외 출장길에 오르지 않았을까. 


  주 52시간 제도 변경에 국내 대부분의 인사팀들이 절치부심하는 시간을 보내는 지금, 사내 최고 플레이어의 탁월함과 워라밸 사이의 간극이 느껴졌다. 국내 장시간 근로 관행은 필자 역시 반드시 없어져야 할 악습이라는 생각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시간을 제한하는 조건에서 고민과 노력의 산실로 탄생하는 탁월함(Excellence)을 잃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러웠기 때문이다. 


  그간 많은 리더들이 시간을 무한한 자원으로 생각했다. 특히 부서원들의 시간은 무한하다는 생각으로 회의를 2시간, 3시간이 넘도록 진행했고, 집중해 일하고 있는 팀원들을 언제고 호출하여 생산성의 호흡을 끊었다. 이제 시간이 유한하다는 생각이 자리 잡을 것이다. 구성원 누구나 시간을 고려하며 효율적으로 일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단, 여기에는 개인 성과라는 변수는 논의되지 않고 있어 인사담당자로서 걱정이 앞선다. 그 누구나 주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52시간이라면, 개인차는 더 극명히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기 업무에 능숙한 사람은 똑같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일과 퀄리티를 제공하겠지만, 반대로 업무에 처음 배치되었거나, 신입사원, 장기적인 측면에서 직무 순환을 막 시작한 사람들은 업무 시 굉장한 압박을 느낄 것이다. 시간 자원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나영석 피디와 그의 팀이 주 52시간이 넘지 않게 일하면서도 최고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그에게도 가족이 있고, 휴식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종방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긴 '무한도전'의 김태호 피디 역시 국민예능 '무한도전'에 시즌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했다. 


  워라밸과 탁월함을 공존시키기 위해서 인사가 할 일이 많다. 조직 전반의 인식개선(장시간 근로, 모럴해저드 등), 확실하고 공정한 보상 체계, 강력한 소명의식 구축, 성숙한 리더 양성 등 조직이 떠 앉은 숙제가 한가득이다. 애정 하는 프로그램의 마무리에 앞서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이 기대되는 밤, 두 프로그램을 멋지게 만들어내는 모든 팀원에게도 일과 삶의 균형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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