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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Dec 01. 2018

인력 계획, 'OUTTHINK' 하세요

인사가 조직의 미래를 위해 더 유연하고 창의적이어야 하는 순간

  드디어 12월이다. 2018년도 딱 한 달만을 남겨둔 오늘, 저마다 올해를 어떻게 마무리하고 다가올 새해를 어떻게 설계할지 생각해보는 시즌이 돌아왔다. 연말은 인사부서의 대표적인 성수기다. 연말평가, 연봉 조정, 조직 개편, 인사 발령 그리고 몇 달간 계속되고 있는 경영 계획을 손보는 일들이 모두 한꺼번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조직의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작업이 진행되는 시기이다.


  그 어느 하나 가볍게 넘어갈 것이 없지만, 그중 조직 개편과 인력 계획은 조직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집합체다. 내년도 어떤 사업을 중심으로 회사를 이끌어갈 것이며, 새로운 신규 비즈니스 창출을 위한 투자는 어떤 식으로 얼마나 진행해야 할지, 또 현재 운영 중인 비즈니스 중 정리가 필요한 부분은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등 조직의 오늘과 내일을 모두 고려하며 진행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조직의 진짜 역량은 실행 역량이다. 이런저런 계획만 잔뜩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를 뜻대로 실현해 나가고 예상치 못한 난관을 헤쳐나가는 일을 말한다. 이는 결국 사람의 문제다. 누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실행시킬 수 있는지, 누가 지금 진행 중인 사업의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는지, 누가 우리 조직의 아킬레스 건을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지에 따라 조직은 움직인다. 오늘은 기업이 한 해 먹거리와 미래 준비를 위해 실시하는 인력 계획과 조직 개편 과정에서 꼭 챙겨봐야 할 새로운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 변화는 '챗봇', '로봇'이 인력계획에 포함되어야 한다.

  인공지능 광풍이 시작된 지 벌써 3년, 기업은 빠르게 이런 신기술을 일상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멀리서 찾을 일이 아니다. 패스트푸드 점의 자동 주문기를 비롯해, 콜센터의 음성인식, 챗봇으로 장애를 해결하고, 호텔 컨시어지에는 로봇이 서있는 세상이다. 인사가 바라보는 내년도 인력 계획에 로봇과 챗봇은 얼마나 고려되고 있는가? 단순 반복 업무를 넘어 고객응대, 정보처리에 당당히 한몫을 차지하기 시작한 BOT들의 등장은 이제 간과할 수 없는 흐름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인사 부서도 예외가 아니다. 얼마 전 우연히 선배에게 보낸 e-mail에서 아래와 같은 자동회신 메일이 왔다. 365일 시간에 관계없이 우선 셀프서비스를 지원한다. 원하는 바를 찾아주는 On-demand 서비스로 나의 인사 관련 문제를 도와준다고 되어 있고, 그래도 해결이 안 되면 담당자가 전화를 준다는 메일이다. 필자가 근무했던 한 회사도 임원급에게만 HR 비즈니스 파트너링을 제공하고 나머지 파트장, 팀장급은 1차적으로 챗봇과 상담을 하는 SSC(Shared Service Center)가 열린 지 벌써 2년 차다.


  최근 여기저기서 감지되는 경기 침체의 시그널과 인사 제도와 관련된 다양한 법제도 변경은 기업이 더욱더 효율성과 효과성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로봇과 챗봇이 가져다주는 효과, 효율은 상당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싸질 것이고, 기능은 똑똑해질 것이다. 딥러닝, 머신러닝 등으로 자가발전하기 때문이다. 눈여겨봐야 할 점은 단순 반복 업무 만이 아닌, 지속적으로 필요하고 중요한 역할에도 적용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로는 자유롭고 유연한 방식으로 기술과 역량을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한 기업이 직원들과 계약을 하고 있는 형태는 그 기업이 영위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구조와 형태에 따라 다양하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인 정규직을 비롯해 계약직, 파견직, 도급직, 프리랜서 등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은 대게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군가 출중한 기술을 가진 사람을 발견해도 이 몇 가지 선택지에서 가장 적합한 방식을 골라 계약을 진행하는 관행이 계속되어 왔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했고, 선호가 바뀌었다. 일주일에 이틀만 근무하고, 자유로운 여행을 선호하는 전문인력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정말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인력이 해외에 있는 경우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기술과 역량을 보유한 인재가 전통적인 계약 방식을 기피한다는 점이다. 한두 달이면 연봉을 벌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렇겠지만, 어찌 됐건 조직 내 구성원으로 살아갈 때 자신의 값어치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선입견도 상당하다. 시장가를 곧바로 반영하지 못하는 국내 기업들의 보상제도도 큰 걸림돌 중 하나다.

  이제 기술을 시간 단위로 사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100을 내면 전문인력의 1시간을 살 수 있는 서비스가 시작된지는 이미 오래일 뿐 아니라, 국내에도 '크몽' 등 자기가 가진 기술을 편의에 따라 제공하고 과금하는 사이트가 성공가도를 달리는 중이다. 이는 트렌드 코리아의 한 꼭지로 등장하기도 했고, 긱 워커(GIG worker), 슈퍼 템프(Super-temp)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기업이 자유롭고 유연해질수록 그들이 타겟할 수 있는 인재의 풀(POOL)은 넓어진다. 자사의 계약 방식이 제한적이라는 얘기로는 기술 인재를 유혹할 수 없다. 인사가 창의적(Outthink)이어야 하는 순간이 왔다. 가장 마케터처럼 인재와 기술을 끌어 들어야 하는 미션이 생긴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내부 인재에 대한 정의를 완전히 새롭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신 기업의 인재는 어떻게 정의되는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선정이 되어 누가 인재라 여겨지고 있나? 필자는 앞의 글을 통해 이 모든 것이 비즈니스에서 시작하고, 비즈니스에서 승부를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의 지속성장을 이끌 비즈니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사람이 인재이고, 그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인사, 채용의 정수라 본다.

  인재 정의는 업데이트가 핵심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가 바뀌고, 강약을 주어야 할 부분이 끊임없이 바뀌는 비즈니스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부분의 조직이 인재 정의가 불분명하거나, 옛날이야기를 한다. 비즈니스와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인사담당자에게 인재의 정의를 물으면 핵심가치를 꺼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의 가치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가치만 가지고 사업이 되지는 않는다.


  챗봇, 로봇과 함께 협업하는 시대, 확실한 선택과 집중이 절실하다. 비즈니스의 핵심이 되는 자리를 분명히 선택하고 이에 집중력을 쏟아부어야만 생존을 넘어 성공이 가능하다. 기술을 재배치하고 정말 사람이 해야 할 일과 그렇지 않은 일, 우리 기업의 생사를 다루는 일과 미래 먹거리를 찾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조직 개편과 인력 계획은 감히 조직의 생명을 불어넣는 일이라 생각한다. 작년 엑셀 파일을 열어 숫자만 바꾸는 일로 몇 날, 며칠 밤을 새 가며 숫자 싸움을 할 때가 아니다. 시장을, 미래를, 조직을 고민하며 치열하게 비즈니스와 인재를 정의하는 시간을 가져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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