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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Nov 24. 2018

기업에 윤리가 웬 말이냐 묻는다면?

기술이, 기준이 변화하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윤리적이지 않은 행동은 고스란히 비용으로 돌아온다. 특히 비윤리적 행동이 만들어내는 비용은 가늠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새 유독 홍역을 많이 치렀다. 대표적으로 가습기 살균제가 그러하다. 옥시는 이로 인해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에게 지울 수 없는 일을 경험하게 하였다. 폭스바겐도 마찬가지다. 디젤 게이트 이후 상당기간 동안 차량 판매가 멈췄고, 세계 최대 자동차 그룹의 명성에 먹칠을 했다. 이 밖에도 여러 건이 있다. 페놀 방류 사건부터, 영업사원의 갑질 밀어내기까지 우리는 쉬지 않고 이런 기사들을 접해왔다.


  이런 류의 이야기들로 시작하는 윤리 강령 선언식이나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교육들은 이미 식상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필자가 기업의 윤리적 행동을 다시 끄집어내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업이 선의를 가지고 한 행동이나, 기술 발전을 이끌었다고 생각한 일들이 예상치 못한 사회 문제를 만들어 내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혁신, 직원 행동과 윤리가 무슨 상관인가 라는 생각을 하겠지만, 지금부터 아래 예들을 들여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1. 기술 변화 속도가 법/제도의 변화 속도보다 빠르다.  

  대표적인 예가 전동 킥보드나 드론이다. 제도나 가이드가 생기기 전부터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기술은 엄청난 속도로 발전했다. 세그웨이는 대학가에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켰고, 한강변에는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종 직업이 생겨나기도 했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초창기, 드론을 띄워 군사보호시설이나 개인 사유지를 촬영하는 일들은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았다. 비행기와 충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일어나기도 하고 비행 금지 구역을 버젓이 날아다니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법, 제도가 기술을 뒤따르며 기업 입장에서 실컷 개발해 놓은 기술을 하루아침에 사용할 수 없게 돼버리거나, 훌륭한 서비스가 하루아침에 막혀 버리는 일도 빈번하다. 기업이 윤리적 활동, 사회적 책임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혁신을 고민하기에는, 향후 닥쳐올 법과 제도의 장벽이 너무 큰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다. 국내 스타트업들의 해외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해외 현지의 법과 제도'라는 응답이 1위를 차지했다. 서비스나 기술 문제가 아니다. 

  이에 미래에는 ‘공공기술 윤리전문가(Public Technology Ethicist)’가 각광받는 필수 직업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자율주행이나 IoT(사물인터넷) 등의 기술을 삶에 직접 연결할 때 안전성과 공익성을 진단하고 선제적인 제도와 가이드를 정해 주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막는다는 취지다. 

  

  2.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가치와 기준을 요구하는 세상이다. 

  고객뿐 아니라, 사회 온갖 구성원들이 기업에 요구하는 기준 자체가 변화했다. 기업은 그 존재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에 두배씩 높은 기준을 요구받는다. 그런 요구와 관심을 받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 내는 경우는 이를 지키지 않았을 때다. 사회 구성원들이 한 기업에 기대하는 암묵적 기준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하염없이 높아져 간다. 무서운 것은 이는 기업이 인지할 수도 측정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비단 소비자 만이 아니다.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한 기업에 기대하는 기준과 행동은  언제나 상향평준화 임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세계 명품 브랜드를 소유한 기업이 지나치게 마른 모델들을 고용하지 않겠다는 공동 헌장을 발표했다. 젊은이들에게 미(美)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주지 않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사회에 천명한 것이다.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자마자,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는 웹사이트에 게재된 광고 사진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지나치게 마른 몸매의 모델들이 지면 광고를 한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이다.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영국의 광고표준위원회 (ASA)는 해당 지면 광고를 금지시켰다. 


  3. 새로운 세대의 등장, 당연한 것은 없다.  

  새로운 선호와 라이프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세대가 사회의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밀레니얼은 세계 인구의 1/3을 차지한다는 통계분석을 보았다. 그야말로 주력 세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 폰을 24시간 몸에 붙이고 다니며 TV광고보다는 소셜과 유튜브를 통해 정보를 접하는 새로운 큰 손의 등장이다. 월급을 덜 받아도 워라밸이 중요한 사람들. 월급에 상관없이 한 해에 한 번 정도는 해외여행을 가는 것이 우선순위인 젊은 세대가 우리 조직의 안과 밖에 포진했다. 

  이는 조직을 이루어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상당한 변화로 이미 다가왔다. 그간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행동들이 전혀 다르게 해석되거나 곡해되어 세상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직장선배의 반말이나, 회식 강요, 주말 등산은 이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기 시작했다. 사실 필자가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꼬박꼬박 막내 사원에게 존댓말을 쓰는 부장님이 계시면, 언제라도 술자리를 만들어 이제 말씀을 낮추셔도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 젊은 세대는 '공정함'과 '과정'에 대한 목마름이 강하다. 그간 사회 곳곳에 쌓여있던 갑질과 차별, 묵은 관행과 관습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고, 완제품뿐 아니라 그 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의미를 두는 것을 가치 있게 여긴다. 오죽하면 친환경 공법으로 제조하지 않은 제품은 아예 구매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운동은 신세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점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는 직관적인 예라 하겠다. 


  이밖에도 기업이 가장 높은 수준의 윤리 기준을 만들고 조직 구성원 모두가 이를 지키도록 해야 하는 이유는 많다. 미디어가 발달하고, 소셜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CEO, 직원 한 명이 부정을 저지르면 이는 그 기업의 이미지에 직격탄을 날린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이미 여러 기업인의 이름이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 않은가.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기업의 행위, 직원의 행동을 보고 판단할 뿐, 그 의도를 묻지 않는 것도 우리가 윤리를 다시 보아야 할 중요한 이유다. 의도가 아무리 좋다한들 결과(행동)가 나쁘면 이미 게임은 끝이다. 특히 기업은 자신들의 의도에 대해 설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한 상태에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된다. 


  기업의 윤리적인 행동은 결국 자기 조직, 자기 자신을 지키는 레버이며 궁극적으로 큰 비용 지출을 막는 필수 보험이다. 또한, 윤리적이지 않은 기업 활동으로 피해를 입은 고객은 한 기업의 영원한 적이 되어 가늠할 수 조차 없는 파급력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오해하지 말라.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자 하는 말이 아니다. 다소 불편하고 돌아가야 하더라도, 절대로 윤리적인 기준을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당신의 의사결정이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의 윤리기준을 추구하기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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