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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현수 Jan 27. 2019

부모가 만드는 평균의 저주

모두가 한 방향만 바라보며 무작정 달린다면...

  스카이 캐슬이 연일 이슈다. 자식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한 엄마, 아빠들의 열망도 열망이지만, 어린아이들의 행복에는 큰 관심이 없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냈다는 점에서 그저 맘 편히 등을 기대고 바라보기 어려운 드라마라 들었다. 드라마는 대학 입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렇게 대학에 입학한 스카이 캐슬 속 아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직업을 선택하게 될까? 


  한국형 밀레니얼의 성장 과정을 대표하는 두 가지 키워드로 필자는 '헬리콥터 맘'과 '트로피 키즈'를 꼽는다. 엄마들이 이 학원 저 학원을 헬리콥터로 실어 나르고, 학원에서는 온갖 종류의 이름을 가진 트로피(Awards)를 받으며 언제나 칭찬과 성공에 익숙한 채 성장한다는 의미에서다. 스카이캐슬은 입시 코디를 비롯해 헬리콥터 맘과 트로피 키즈의 환경을 엄청난 임팩트로 그려내고 있다. 


  기업에서 오랜 시간 동안 채용을 담당하며 가장 눈에 띄게 바뀐 경험을 하나 꼽으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대답할 수 있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부모들의 전화다. 6~7여 년 전부터 부모들의 전화는 심심치 않게 늘어나고 있으며,  프로세스부터 합격여부, 간혹 회사의 제도와 야근 사유까지 묻는 경우가 있다. 종류도 다양하고 태도도 아주 떳떳하다. 어떤 부모는 '자식에게 이야기 안 할 테니 나에게만 말해달라'라고 채용 합불 정보에 대한 노골적인 공개를 요구하기도 한다.


  부모님들의 관심과 개입이 나쁘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 다만, 학교 선택에 이어 직업 선택에 까지 부모가 깊숙이 관여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아이들의 행복과 가능성이 무시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나아가, 부모가 그저 쉽게 생각해 버리는 '평균의 착각'이 전체 사회의 다양성과 성장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도 있겠다는 위기감도 들었다. 자세히 설명하겠다.


  한 대학생이 작가나 대학로 연극배우가 되고자 한다면 부모님들은 주로 어떤 이야기를 하는가? 1~20년 전만 해도 우리네 부모님들은 작가나 연극배우를 배고픈 직업으로 여겼다. 이에 의사, 변호사는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오는 대기업이나 직장에 취직하여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안정성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다. 


  부모님들의 이런 생각은 그 직업이 가진 평균 연봉에서 시작된다. 최고 드라마를 쓰는 작가는 회당 1억, 50회짜리 대본에 50억을 받는다고 들었다. 반면 다른 일부는 아주 적고 불규칙적인 수입으로 고생을 하기도 한다. 이에 수많은 엄마, 아빠들은 대충 그 직업의 평균 연봉이 얼마일까를 찾는다. 그 반대의 예로는 의사가 있다. 우리 아들, 딸이 어렵사리 입시를 마치고 6년의 의대 시절을 잘 겪어 낸다면,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평균 연봉과 사회적 명성을 기대하며 아이들에게 의사라는 직업을 강요한다.


  필자가 말한 사회적 다양성과 가능성의 총합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는 이러한 평균을 중심으로 사고하는 착각이, 직업 선택의 다양성과 한 분야에서의 최고 지향성(Excellency)을 사전에 말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녀가 김수현 작가, 노희경 작가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부모들은 그저 낮은 수준의 평균 연봉을 생각하며 자녀의 작가가 되고픈 열망과 도전의 기회에 선뜻 마음을 열지 못하고,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더 무서운 것은 이렇듯 부모의 과도한 개입 속에 성장한 학생들은 본인이 진정으로 원하거나,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항상 부모의 가이드가 있었고, 무언가 내가 결정하기 이전에 헬리콥터를 타고 다음 학원으로 이동하였기 때문이다. 본인과 진지한 대화를 해본 경험보다는 학원의 숙제와 사지선다 중 하나를 고르는데 익숙해진 탓이다. 


  날이 갈수록 취업이 어려워지는 이유 중 하나는 모두가 똑같이 유사한 직업을 갖고자 열심히 달리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기업은 기업대로 똑같이 판형으로 찍어낸 사람들만 만나게 되어 고통스럽고, 그들이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데 또 한 번 당황스럽다.  

  

  극도의 취업난을 바로 눈앞에 둔 학생들과 이를 받아들일 기업들이 진짜 물어야 할 것은 평균 연봉도, 평균 학점도 아닌 서로가 진짜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양자의 니즈에 맞는 환경과 일의 형태를 보다 유연하게 어프로치 하는 일일 것이다. 인간은 평생을 착각하며 산다. 평균의 오류로 전체 사회가 잃게 될 가능성의 총합을 우리는 꼭 한번 챙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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